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속으로 7 - 제주섬 종주(종달~백약이오름)
 김승태
 2013-03-06 12:53:33  |   조회: 4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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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3월이 열렸다. 2009년 3월 1일, 오름오르미들 창립 10돌을 기념하기 위한 '걸어서 제주 속으로'는 어느덧 그 7을 맞이했다. 그 동안 제주의 주요 도로를 거닐면서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더없이 좋은 시간들이었다. 이 '걸어서 제주 속으로'는 거닐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어가겠지만 일단 한 획을 긋는 차원인 7은 '제주섬 종주'에 두었다.

국어사전에서 '종주(縱走)'는 '능선을 따라 산을 걸어, 많은 산봉우리를 넘어가는 일 2. 산맥 따위가 지형이 긴 쪽으로, 또는 남북으로 이어져 있음'이라 풀이하고 있다. 종주는 일반적으로 등산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능선에 있는 산길을 등강(登降)하면서 점차로 정상에 오르는 방법'인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백두대간 종주, 지리산 종주 등'이다.

제주섬의 남~북은 대체로 '횡단(橫斷)'이라고 명명해 '제1횡단(5.16)도로'와 '제2횡단(1100)도로'로 대별하고 있는 반면에 현재까지 동~서든 남~북이든 종주를 활용한 도로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동~서가 아니더라도 종주는 가능하지만 제주섬의 형상으로 볼 때 동일주도로변의 제주시*서귀포시 경계 지점에서 서일주도로변 제주시*서귀포시 경계 지점까지 동~서를 잇는 선은 종주로 제격인 것 같다.

'걸어서 제주 속으로 7' 제1일째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3.1절에 시작했다. 올해는 94돌이 되는 날이다.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하자는 의견에 따라 출발지인 동일주도로변 제주시(구좌 종달) * 서귀포시(성산 시흥) 경계까지 승용차로 이동했다. 걷기 도중에 비는 그쳤으며, 다소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도착지인 금백조로변(속칭 '오름사이로') 백약이오름 입구까지는 12.5km으며, 3시간 5분이 소요되었는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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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종달리)*서귀포시(시흥리) 경계(08:35)~멀미오름(두산봉) 입구(08:52)~윤드리오름 입구(09:41)~상도리 입구(10:00)~용눈이오름 입구(10:12)~다랑쉬오름 입구(10:27)~중산간도로/손지오름 표석(10:30)~거미오름 정상(11:15)~백약이오름 입구(11:40)

---- 주요 역사의 현장

0 제주시(종달리)*서귀포시(시흥리) 경계 : 예전에는 북제주군과 남제주군의 경계를 이루는 곳인데 제주도가 특별자치도(2006년 7월)가 되면서 군(郡)이 없어지면서 이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경계가 됨

0 멀미오름(두산봉) : 지미봉의 유래와 같이 땅 끝에 있으므로 말 미(尾), 그 모양이 되(곡식이나 액체․가루 따위의 분량을 재는 그릇)와 같다고 해서 말(斗), 동물의 머리와 같다고 해서 머리(頭), 종달리에서 볼 때 이 오름은 오방(午方)에 위치하므로 인해 오(午)가 말(馬)로의 전이, 말을 방목하기에 최적지라는 데서 말(馬)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한, 모양새가 호랑이의 머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각호봉(角虎峰)이라 불려지기도 함

0 윤드리오름 : 오름 모양이 넓은 들판에 달이 숨어 있는 격이라 해서 은들오름, 운들오름, 눈달오름, 은다리오름, 이를 한자로 은월봉(隱月峰), 능달악(凌達岳)이라 하고 있다. 윤드리는 '눕다의 관형형 누운'에서 두음 법칙과 축약 현상이 작용하여 '윤'으로의 변이+ 드리는 '들+이'로 분석되어 '드르(들판)+이'로 해석됨

0 상도리 입구 : 용눈이오름로에서 상도리로 갈려나가는 상도로의 기점임

0 용눈이오름 : 오름 가운데 큰 홈통이 있는데 거기에 용이 누었던 자리 같다고 해서 용눈이․용논이․용눈오름, 이를 한자로 용와악(龍臥岳)․용유악(龍遊岳)이라 표기하고 있다. 표선면 가시리의 모지오름과 더불어 승천하는 용의 전설을 배경으로 지니고 있음

0 다랑쉬오름 : 산봉우리의 굼부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 하여, 높은 봉우리의 의미를 지닌 고구려어의 달․돌(ㅗ는 아래아 : 높다․산․고귀하다)+수리(봉우리)가 변화하여 다랑쉬(도랑쉬(ㅗ는 아래아)․돌랑쉬․달랑쉬)라 불려진다는 설이 있다. 월랑봉은 다랑쉬의 이두(吏讀)식 표기이며, 대랑수악(大郞秀岳)․대랑봉(大郞峰)․월랑수산(月郞秀山)․월랑수(月郞岫) 등으로도 표기되고 있음

0 손지오름 : 오름의 모양이 한라산과 비슷하므로 한라산의 손자라는 뜻에서 손지(손자의 제주어)+오름․봉, 이를 한자로 손악(孫岳), 손지악(孫枝岳․孫支岳)이라고도 하고 있다. 이 오름의 모양새나 어원적인 측면에서는 한라산이 아니라 오히려 표선면 가시리의 따라비의 손자로서 손지오름으로 불려진 게 아닐까 함

0 거미오름 : 피라미드․돔․깔때기 등 너무나 다양한 형상을 하고 있는 이 오름은 사면이 둥그렇고 층으로 언덕이 지고 있어 마치 거미집과 같다고 하여 거미오름, 고조선 시대부터 쓰여 온 신(神)이란 뜻의 검(감․곰․굼)에서의 유래, 조천읍 선흘리에도 거믄오름이 있음에 따라 이를 구분하기 위하여 동거믄오름, 한자로 동거문악(東居門岳)․동거문이악(東居門伊岳)․주악(蛛:거미, 岳)이라 하고 있음

0 백약이오름 : 예전부터 이 오름에는 온갖 약초가 많이 자생한다는 데 연유하여 백약이, 이를 한자로 백약악(百藥岳)․백약산(百藥山)이라 하고 있음

0 금백조로 : 구좌읍 송당리와 성산읍 수산리를 잇는 도로로서 이 도로변에 오름이 많아 오름오르미들에서는 일명 '오름사이로'라 칭함

'걸어서 제주 속으로 7'의 제1일째는 고향땅을 종주했다고 좋을 것 같다. 고향 종달리에서 출발해 종달리를 지나 이웃 마을 송당리를 거쳐 표선면 성읍리까지의 거닒이었다. 작년도에 모 영농조합에서 윤드리목(윤드리오름 입구)에 양계장(육계) 사업 허가를 받고 시설 공사가 시작되자 중단을 촉구하는 고향 사람들의 규탄은 인근 마을 주민들도 합세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 현장을 거쳐가면서 '고향'의 의미를 잠깐이나마 생각해 보았다.

한국인들에게 고향은 무엇일까?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고향의 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향수') 등이 아니더라도 고향은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임이 분명하다. 고향의 현실을 보면서 해결의 실마리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처지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한 마을을 풍비박산으로 만들어버린 양계장 사태, 그 파장은 누구도 예견하지 못하는 곳으로 치닫고 있다.
(2013. 03. 01.)
2013-03-06 12: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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