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 7 - 제주섬 종주(백약이~교래사거리)
 김승태
 2013-03-13 13:18:45  |   조회: 48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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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이미지는 그 누가 뭐래도 생명력일 것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켜고 연초록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감은 우리 곁에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제주의 봄은 어디서 올까? 제주섬 종주의 걷기를 하며 오는 봄과 함께 할 수 있음도 나름대로는 퍽 괜찮은 봄 마중인 것 같다.

'걸어서 제주 속으로 7'의 제2일째, 제주 오름을 찾아간 이들이 상상 외로 많았다. '오름 산행 열풍'이라고 표현하면 어불성설일까? 오름을 찾아간 그네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제1일째 종착지인 금백조로변 백약이오름 입구까지는 승용차로 이동했다. 걷는 도중에 순간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구간별로 바람골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걷는 데 장애물이 될 수는 없었다. 도착지인 교래사거리까지12.8km였으며, 3시간 24분(셰프라인월드 견학 포함)이 소요되었는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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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오름 입구(08:11)~아부오름 입구(08:32)~비치미오름 기슭/부종휴 님 묘(09:10)~번영로(09:36)대천동사거리(09:59)~셰프라인월드/견학(10:07)~녹산로 입구(10:36)~까끄레기오름 입구(10:58)~산굼부리 입구(11:17)~교래분교(11:27)~교래사거리(11:35)

---- 주요 역사의 현장

0 아부오름 : 이 오름이 소재한 송당리의 앞쪽(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앞(압)오름, 한자 표기로 전악(前岳), 오름의 모양새가 믿음직하여 마치 가정에서 아버지(또는 어른)가 좌정해 있는 것 같다 하여 아부(阿父 : 아버지․亞父 :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악(岳)이라 하고 있음

0 비치미오름 : 꿩이 나는 모습을 한 형국의 의미를 지닌 비치(飛雉)․비찌+미․메, 한자로 대역하여 비치악(飛雉岳)․비치산(飛雉山)이라 불려지고 있는데 옛 지도에는 길게 비스듬히 가로누워 있는 형태의 뜻을 지닌 횡산(橫山)이라 표기했다고 함

0 부종휴(夫宗休 1926∼1980년) : 북제주군 구좌읍 세화리에서 태어난 선생은 초등학교 교사와 부산대, 서울대 등의 식물분야 연구원을 거쳐 76년부터 제주대 교수로 재직해 80년 작고할 때까지 줄곧 한라산 식물과 동굴 탐사 등 활동에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김녕초등학교 재직(1946∼1947년) 때 학생들과 함께 탐사대를 조직해 전체 길이 7천400m, 최대 높이 25m, 너비 18m로 용암동굴로는 제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만장굴(천연기념물 제98호)을 처음으로 발견했으며, 1969년에는 길이 7천33m의 빌레못동굴(천연기념물 제342호)을 발견하기도 함

0 대천동사거리 : 비자림로와 번영로(97번)가 만나는 곳으로 제주 동부 지역 교통의 요충지임

0 셰프라인월드 : 2009년 12월부터 (주)우삼개발에 의해 대천동사거리 부근 10만 2631㎡의 부지에 340억원을 투자하여 가족 단위의 체험을 위한 숙박 시설과 주방 기구를 케릭터화한 테마 공간, 농림 전시관 및 학습장을 비롯 석부작 전시장, 수생식물 관찰장 등의 관람장을 마련하고 2011년 5월에 개장함

0 녹산로 : 비자림로(1112호선)에서 표선면 가시리 소재 정석항공관 쪽으로 갈려나가는 길

0 까끄레기오름 : 특이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확실하게 알 수 없으나 오름의 위치와 그 이름으로 보면 보살피다의 뜻을 지닌 제주어 ‘꾸다’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제주에서는 곡식이나 마소를 보살피러 가는 일을 ‘고(ㅗ는 아래아)끄레간다’라고 하고 있으니 ‘고(ㅗ는 아래아)끄레, 가끄레, 까끄레’ 등의 표기는 ‘고(ㅗ는 아래아)꾸레’의 변이로 추정된다. 예전에 이 오름 주위가 마소들의 방목지였으므로 이와 관련지어 명명된 것으로 추정됨

0 산굼부리 : 산+굼부리(화산체 분화구를 뜻하는 제주어), 한자로 대역하여 산혈(山穴)․요악(凹岳)이라 표기하고 있음

0 교래사거리 : 남조로(1118호선)와 비자림로(1112호선))가 만나는 곳임

3시간 여 짧은 시간이지만 오름 등성이에서, 개오름과 비치미오름 사이 일대에 조성된 수목원에서, 셰프라인월드에서, 그리고 비자림로변에서 자연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파릇파릇 돋아난 목초지 넘어 한라산이 가까이 다가섬은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물에 비친 봄 하늘의 영롱함도 아름다웠고, 평생 한라산의 식물과 동굴 탐사 등의 활동에 한 평생을 바친 '한산(漢山) 부종휴(夫宗休)' 님의 묘역에선 선구자의 각고를 이해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먼 훗날, '걸어서 제주 속으로'의 발자취는 어떤 모습으로 남겨질까? 설령, 그 흔적이 전혀 전해지지 않더라도 괘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제주섬 이곳저곳을 두루두루 거닐며 나름대로 제주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나는 그 순간순간이 행복 그 자체이니까.
(2013. 03. 03.)
2013-03-13 13: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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