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에 봄비 내리는 우수절기 돌아와
한라산에 쌓인 눈 풀리기 시작 하네
매화는 꽃술 터트리는 청훤 바탕 머금고
버들은 싹눈 트는 봄기운 얼굴 띠네
둑 가에 바람 일어 대나무 나부끼고
바위 위에 습기 돌아 이끼 점점이네
새 봄의 저녁 햇빛 사라봉을 덮고
산지포의 고기잡이 노래 해만에 퍼지네.
봄비 자욱이 내려 천혜가 돌아오니
온갖 만물은 고루 젖어 강산이 아름다워라
안개 낀 안유는 엉긴 가지에 섶 눈이 트이고
이슬 맺힌 정매는 담박하여 웃는 얼굴 일세
삿갓 쓰고 낚시하는 늙은이 눈썹 언저리 밝고
도롱이 옷 입은 시골 노인 구레나룻 아롱지다
농사지어 밭 갈기 위족하여 전가는 즐거워 하며
사방 못에 까지 넘쳐흘러 푸른 물결 구비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