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여름 훈훈한 바람 들 나무 간들거리고
벌떼는 꿀 물고 날아 보금자리로 돌아오네
매화 꽃구경하는 손 비파줄 퉁기고
보리 익으니 농부는 술과 안주 즐겨 마시도다
철따라 날아온 제비 진흙 물고 창 뚫고 들어오고
이미 오랜 꾀꼬리 느러진 버들 북을 굴려 사귀도다
산에 올라 철축 벗과 함께 구경하노라니
문득 저물어 돌아오는 길 푸른 띠를 밟으도다.
방초는 무성하여 들에는 한 빛으로 되고
남으로 온 제비는 보금자리를 찾아 들었네
시 벗들은 글을 짓기 위해 모여서 시축을 이루고
뛰어난 인사들은 맑게 놀며 술과 안주를 권하네
힌 나비는 꽃 떨어지니 무리가 스스로 흩어지고
누런 꾀꼬리는 버들에서 짝을 부르고 사귀네
첫 여름에 푸른 그늘이 번화한 이때에
비 뒤에 띠가 많이 나와 빽빽하게 무성했네.
탐라의 첫여름 들녘에 망아지 뛰놀고
송학이 집을 나와 구름 봉우리로 날으네
상객은 거문고 타며 보리술로 즐기고
방승은 탁발로 차를 안주삼아 마시네
훈풍에 나비 춤추며 꽃 입술을 희롱하고
꽃 안개에 벌이 노래하며 꿀샘과 사귀네
해지는 촌가에 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고
귀정 길 피리 부는 목동 풀 밟기 번거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