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나를 일깨워준 반딧불이학당
 홍애자
 2009-08-10 14:57:15  |   조회: 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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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깨워준 반딧불이 학당

안덕면 (홍애자)

무료하게 보내던 나른한 늦은 봄 오후에 우연히 남을 따라갔다가 접한 ‘반딧불이 학당’ 프로그램은 나에게 많은 걸 던져준 기회였다.
무언지도 모르고 무심코 신청하고 참가하게 된 오리엔테이션에서 평생교육에 관한 내용을 듣게 되었고, “깨어있는 여성·내일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는 모토로 추진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제는 맘에 끌렸지만 많은 강좌가 그랬듯 실제 내용이 어떨지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슨 강의가 어떻게 진행될까 내심 궁금
하기도 하였다.

오리엔테이션 후 각 읍면 단위로 6월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안덕면사무소에서의 첫 강의는 “위기에 강한 제주여성들”이란 주제로 시작되었다. 처음의 반신반의하던 맘과는 달리 내 맘에 깊은 감명을 주는 시간이었다. 제주 의녀 김만덕의 ‘가치 있는 삶’을 통해 여성의 몸으로 강인한 정신력과 섬기는 리더십으로 제주사회의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제주여성의 자랑스럽고 강인한 삶이 인상적이었다.
왠지 요즘 리더십하면 군림하는 리더십이 판치는 세상인데, 김만덕에게서는 섬기고 베푸는 또 다른 형태의 여성의 모성애적인 리더십이 확 하게 와 닿았고 그로 인해 현재의 “나”를 돌이켜보게 했다.

강한 인상을 남겨준 첫 시간 때문일까? 매주 월요일 이 시간은 나에게 특별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특히 2주차 강의 주제는 “글로벌 매너 및 이미지 메이킹”이었는데, 이 강의를 들으며 자기 친구들이 나를 무섭게 생각한다는 내 딸의 말과
예전부터 사람들이 나를 보며 차가운 인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도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내가 미처 몰랐던 상대에 대한 매너, 얼굴 표정, 짧은 인사말 등이 자신을 나타내는 첫 이미지라고 생각하니 새삼 신경을 써야겠구나 거듭 반성도 했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었던 강의는 “웃지만 말고 영어로 말해봐”시간
이었다. 짧은 낱말을 오버하면서 자신 있게 말하는 내 모습에 웃으며 따라했던 기억이 났다. 영어를 생각과 이론이 아니라 자신감으로 한다는 것을 배웠다. 서툴러도 자신감 있게 한다면 큰 소리로 영어를 내뱉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왠지 그 시간에는 영어가 어렵지 않고 재밌게
다가왔다.

이제 반딧불이 학당 프로그램이 수료식으로 끝난다고 하니 왠지 섭섭하다. 그런데 반딧불이 학당에 참여하면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먼저 출석률이다. 처음 강의를 들으러 갔을 때 놀랐다. 신청된 사람은 40명이라고 들었는데, 30명 안팎의 사람밖에 나오지 않아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런 좋은 강의를 많은 사람이 함께 듣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이는 우리여성들의 무관심 등으로 어우러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반딧불이 학당’이 개설 된지도 3년이 흘렀다고 하는데 나는 올해야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홍보와 참여로 반딧불이 학당이 널리 알려지고 서귀포의 여성교육으로 거듭 발전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같은 시간대에 다른 강좌랑 중복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이 지역에서 실시되는 문화, 예술, 교양 등의 강좌 시간대를 조정하여
원하는 강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으면 한다.

이제 농촌지역은 고립된 지역이 아니다. 주민들은 정신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고,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특히 왕성한 제주지역에서 제대로 된 그리고 보다 질 높은 여성교육 강좌들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이번 반딧불이 학당 프로그램을 통하여 많은 것을 느꼈고 잠재된 나의 일부를 깨워주는 좋은 시간이었다. 사람마다 감동의 내용은 다를 수 있고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내게 지난 10주 동안의 월요일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기에 모두에게 감사하고 싶다
2009-08-10 14: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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