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 6 - 일주도로(하가 입구~월령삼거리)
 김승태
 2012-03-24 08:22:46  |   조회: 1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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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열리면 의례적으로 찾아오는 꽃샘추위,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 일시적으로 갑자기 추워지는 기상 현상인 이 추위가 올해는 실종되었는지? 제주에는 연일 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정기산행일인 3월 3일 토요일, 잠시 그쳤던 비는 일요일부터 다음 주 내내 봄비치고는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걸어서 제주 속으로'는 다음 주로 순연할 생각도 했다.

정기산행을 하면서 걷기에 참여하는 오르미들과 의논하니. 비 내림에 상관없이 계속 이어가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튿날 06:00시 경에 제주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제주 날씨를 확인하니 제주 서부 지역엔 오전에 10mm 내외의 비 내림이 예보되었다. 08:20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서회선 버스를 타고 제1일째 걸었던 그 길을 따라가다 내린 곳은 애월읍 신엄리 정류장이었다.

지난 주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애월읍 중엄리까지 걷기로 했지만 거리 확인 착오로 일부는 신엄중학교까지, 일부는 하가 입구/자운당사거리까지 걸어가는 혼란이 있었던 바 신엄중학교 정문까지만 걸었던 일부 오르미들은 신엄리 정류장에서 기어이 신엄중학교까지 되돌아갔다오는 정열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일부 오르미들은 지난 주에 이어 신엄리 정류장에서 출발지인 하가 입구/자운당사거리까지 두 번을 걸었지만 불평보다는 그 집념에 찬사를 보냈다. 50여 m 남짓이라도 건너뛰지 않겠다는 그 정열 덕분일까? 일기 예보와는 달리 이슬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면서 걷기에는 최적의 날씨가 이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도지'(2006)에 따르면, '현재의 일주도로는 1914년 관덕정을 기점으로 동~서 방향으로 일주하는 신작로(新作路)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1910년에 일본인들은 제주를 어업전진기지로 삼기 위해 제주시, 한림, 서귀포 등지에 집단으로 이주해 오면서 이들의 교통난을 해결하고자 도민을 부역 형식으로 동원했다. 1925년에 제주 성산 간 자동차 도로가 개설된 후 서부 지역에도 정기 버스 노선이 개설되면서 부역은 더욱 심해졌고, 부역에 나가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 하는 가장 고된 일이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위의 같은 책에서는, '1945년 광복 후 국내 정치, 경제 사정이 악화되어 도로 건설이나 정비에 관심을 둘 수 없었다. 그러나 자유당 정부는 이 도로가 제주의 유일한 산업도로라는 점에서 정비와 교량 가설 등 개수 또는 시설해 나감으로써 차츰 도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고, 1952년 6월에 국도 제12호선(내무부 고시 제40호)으로 지정되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출발지인 하가 입구/자운당사거리에서 도착지인 월령삼거리까지는 주거리 18.7km, 보조거리 0.1km 모두 18.8km였다. 3시간 52분이 소요되었는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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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가 입구/자운당사거리(08:58)~애월고 입구(09:23)~애월읍사무소(09:28)~곽지사거리(10:11)~동명사거리(11:33)~명월사거리(11:45)~협재사거리(12:12)~금릉사거리(12:27)~월령삼거리(12:50)

--- 주요 역사의 현장

0 자운당 : 예전에 당(堂)이 있었음에 붙여졌다고 전해오나 확실한 근거는 없음

0 고내봉 : 마을 이름(고내 : 고지대(高)+속(內)에 형성된 마을)이 오름에 전이되어 고내오름, 고내가 ‘고니, 고노’로 변이되어 고니, 고노오름, 이를 한자로 고내봉(高內峰)이라 하고 있다. 예전에 봉수대가 있었음에 연유하여 망오름이라고도 함

0 애월고등학교 : 1953년 4월 25일 상업계 고등학교로 개교, 1983년 4월 애월종합고등학교로 개명, 1992년 1월에 애월상업고등학교로 개명, 2007년 3월에 애월고등학교로 변경, 2009년 4월에 일반계 고등학교로 개편함

0 애월리 : 애월읍 서부지역 최대 마을로서 제주시 중심부에서 서쪽 21km 지점에 위치한 읍사무소 소재지이다. 이 부근의 행정, 교육, 산업의 중심지이며, 예술의 고장으로 애월항이 자리잡고 있다 - 마을홈페이지에서 옮김

0 곽지리 : 애월읍 유일의 해수욕장인 곽지해수욕장이 위치한 애월읍 제일의 관광지로 일주도로를 기준으로 상동과 하동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졌으며 곽지패총에서 삼국시대의 원형토기가 출토된 것으로 보아 유래가 깊은 마을임을 알 수 있다. - 마을홈페이지에서 옮김

0 과오름 : 세 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어 주봉을 큰오름, 둘째를 샛오름, 막내를 말젯(세째의 제주어)+오름이라 부르고 있으며 이를 일컬어 곽악삼태(郭岳三台)라 불려지기도 한다. 오름의 모양새가 성냥곽과 같다 하여 곽오름(郭岳)이라 불려졌다고 하나 신빙성이 희박하고 과오름은 곽오름에서 ㄱ음이 탈락, 또는 소가 누워 있는 형체와 비슷하다 하여 와우봉(臥牛峰)으로 불려지다 와로 축약되어 와오름이라 명명되었다고도 한다.

0 곽금초등학교 : 1946년 12월에 개교한 공립 초등학교. 학교 정문에 2012학년도 신입생 5명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보며 세월의 무상을 확인할 수 있음

0 금성교(橋) : 일주도로(1132번)변 애월읍과 한림읍 경계에 있는 다리

0 귀덕1/2/3리 : 대부분의 지역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마을 동쪽으로 금성천이 흐르고 있으며, 북쪽으로 남해와 인접하고 있다. 자연마을로는 귀덕, 갯동네, 관전 마을 등이 있다. 귀덕 마을은 고려 때 귀덕현이 있어 귀덕골이라 불리다가 후에 귀덕 마을이라 개칭되었다. - 네이버사전에서 옮김

0 동명사거리 : 일주도로와 한창로(1116호선)가 만나는 곳으로 한창로의 실제 기점이 됨

0 명월사거리 : 일주도로와 대한로(1120호선)가 만나는 곳으로 대한로의 실제 기점이 됨

0 명월성지 : 1510년(조선 중종 5년)에 목사 장림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목성으로 축조(당시 둘레 가 3020척/915m, 높이가 8척/2.4m)한 뒤 1592년(선조 25년)에 목사 이경록이 석성으로 개축했다. 1976년 9월 제주도 기념물 제29호로 지정되었다. 1993년부터 정비사업을 벌여 2006년까지 21억 5600만원을 들여 성곽 252m와 남문 누각 등을 복원했음

0 월령리 : 한림읍의 가장 서쪽 끝에 위치한 마을. 울창한 나무숲과 독특한 색깔의 현무암 돌무더기들이 널려 있는 마을. 성담 같은 돌무더기 위에서 군데군데 가시돋힌 선인장들이 자생하여 넓은 자생지를 형성하여 새로운 볼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 마을홈페이지에서 옮김

비 내림 예보도 아랑곳하지 않은 열정(熱情,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제1일째 거리 확인 잘못으로 제2일째 출발지가 변경되자 제1일째 도착 지점까지 갔다오는 정열(情熱, 가슴속에서 맹렬하게 일어나는 적극적인 감정), 그리고 처음 도상(圖上)에서 계획할 때는 거리만을 생각했는데 버스 탑승을 고려하다보니 목표 지점이 재설정되면서 거리가 늘어났지만 이에 상관없는 집념(執念, 한 가지 일에 매달려 마음을 쏟음. 또는 그 마음이나 생각)은 '걸어서 제주 속으로 6' 제2일째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한편, 이전의 일주도로가 대부분 마을을 관통했다고 하면 현재의 일주도로는 확장 사업을 펼치면서 마을을 우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때문에 일주도로의 분위기와 정감이 예전에 비해 다소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회하는 일주도로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정취는 그 나름대로 또 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봄비 내림 덕분일까? 아니면 열정, 정열, 집념 때문이었을까?
2012-03-24 08: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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