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끓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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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濟)나라 환공(桓公)이 배를 타고 강물을 따라 유람하는데 수행하는 군관이 강변에 나와 놀고 있던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아 왔다.

그 것을 안 어미 원숭이가 구슬피 울어대며 뱃길 따라 백리나 따라와 뱃전에 뛰어 들어 죽고 말았는데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갈기갈기 촌단(寸斷)되어 있었다 한다.

중종(中宗)때 학자 어득강(魚得江)의 문집에 보면 초롱 속에 기르던 꾀꼬리 어미와 새끼 가운데 새끼만을 딴 초롱에 옮겼더니 어미 꾀꼬리가 죽고 말았다.

죽은 어미 꾀꼬리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녹아 있었다 한다.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이 한산섬 수루에 올라 일성호가에 애를 끊는 것이며, 철사 줄에 묶여 넘는 미아리 고개의 단장(斷腸)은 농도 짙은 비애를 나타내는 표현이지만, 과도하게 슬프면 생리적으로 애(창자)가 닳다 못해 끊어지고 녹는다는 것을 동물들이 입증한 것이 된다.

하물며 사람임에랴.

그 더욱, 가장 정서적으로 밀착된 모자 사이임에랴.

어미가 자식과 사별하게 됐을 때는 애만 끊어지랴, 삶의 모든 것이 단절될 것이다.

▲조선시대 말 우리나라에 왔던 선교사들이 남긴 글을 보면 ‘한국의 어머니들은 모두 곡예사’라는 표현이 있다.

한 아이는 업고, 한 아이는 젖을 물리고 다른 한 손으로 아이 하나 손을 잡고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걷는 풍경이 참으로 경외스러웠는가 싶다.

그리고 한국의 어머니들은 아이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썼다.

그렇게 하루 종일 어머니의 등이나 젖가슴, 손아귀의 체온 속에서 등온(等溫)을 느끼며 잠잘 때도 어머니의 팔베개를 베고 잠들었던 것이다.

아마 이 세상에서 우리 어머니들만큼 자식과 피부 접촉이 많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최전방 GP(감시초소) 참사사건으로 희생된 장병 8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6.25’ 55주년인 지난 25일 전국에 TV로 중계됐다.

영결식을 끝낸 고인들의 시신이 화장되는 모습을 보는 어머니들의 오열은 바로 ‘애가 끊어지는 울음’ 이었다.

이날 국립묘지에서는 92세 노모가 6.25때 전사한 학도병 아들을 잊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산다는 늙은 어머니의 말이 가슴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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