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옥문씨, 7∼13일 도문예회관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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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들꽃을 화폭에 담다

삼나무 울타리를 넘어 잠시 오르면 세 개의 분화구 중 아래쪽 분화구가 나타난다.

양지바른 쪽에 그림처럼 놓인 산담을 바라보며 능선을 돌아 가파른 비탈을 오른다. 발밑에서는 바람에 한들거리며 예쁜 꽃을 피운 보랏빛 쑥부쟁이와 노란 개민들레가 반겨준다.

제주 동부지역의 대표적 오름, 동거문오름이 이렇다.

분화구와 칼능선, 능선을 잇는 네 개 봉우리, 새끼오름(알봉)들은 제주 오름의 특징들을 오목조목 발현한다.

동거문오름이 고스란히 화폭으로 옮겨졌다.

서양화가 이옥문씨(37)의 붓을 통해서다.

지난해 이 작가는 별 생각 없이 이 곳에 올랐다가 작품화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사계의 정취를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다는 그 오름의 진면목이 느껴졌고 그림에 담고 싶어졌습니다.”

작가는 오름을 내려와 화폭을 펼쳤고 ‘동거문오름’을 그렸다.

이후 오름에 애착을 갖고 백약이오름, 바굼지오름 등을 찾아 화면에 담았다. 그는 대부분 현장에서 그림을 완성한다. ‘보이는 대로’ 그리기 위해서다.

작가는 오름 정상을 향하는 길에 마주한 이름모를 들꽃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너무나 ‘제주스럽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현호색, 으름덩굴, 찔레꽃, 동백, 산수국 등등. 그는 가만가만 쳐다보다 들꽃이 가장 제 모습을 낼 때를 골랐다.

“들꽃은 흐린 날씨에 더욱 선명해집니다. 또 이른 아침 산수국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햇빛이 비치고 나면 산만해지고 매력을 잃어버립니다.”

작가는 제주적인 것들을 좋아한다. 인위적이거나 가공된 느낌에서 자유로운 것들을 보면 그리고 싶어진다. 꾸며진 냄새가 없는 본래의 그런 것들을.

‘안개가 걷히고 중산간이 펼쳐진다. 오름 자락의 이름 없는 들꽃과 푸른 회색빛 나무 그늘 사이의 산수국과 작은 꽃들. 그 소박함과 정겨움이 신비롭게 다가온다.’(작가노트 중에서)

이 작가가 작품 30여 점을 내걸고 7일부터 13일까지 문예회관 2전시실에서 개인전 ‘작은 꽃 그리고 오름 가는 길’을 연다.

2001년 이후 두 번째 개인전으로, 작품들은 차분하다. 작가는 도미술대전 추천작가, 목우회.삼무동인 회원으로 그동안 그룹전 위주로 활동해 왔다.

이제 작가는 새로운 작품소재를 찾고 있다.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단, 치장되지 않은 제주모습을 간직해야 합니다. 그래야 애착이 가고 그리고 싶어지니까요.”

문의 016-740-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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