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보조금 집행의 부당성 등이 부분적으로 노출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놓고 먹어 치웠다는 사실이 밝혀진 적은 없었다.
경찰수사 결과를 뜯어보면 제주도의 보조금은 사실상 고위 공직자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여서 납세의 의무를 진 도민 입장에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해 4월과 10월 PATA총회와 한상대회 보조금으로 각각 1억5000만원과 3억8000만원을 관광협회에 교부해 주고는 그 중 4500만원과 3000만원을 제주도 고위 공직자가 되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더욱이 얼마를 주기로 제주도와 관광협회가 사전공모를 했다니 시중잡배들의 사기. 농간 행위와 진배없다.
특히 관광협회는 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한 것처럼 허위 지출서류를 만들고 사법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돈을 1만원권 현금으로 바꿔 쇼핑백에 넣어 제주도에 전달했다고 한다.
도민자원봉사자들에게 격려금을 준다고 하고 이 돈을 떼어 먹었다는 얘기다.
이만하면 도둑질도 이 보다 더 파렴치한 도둑질이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경찰수사 결과 “도에서 보조금을 주면 그 중 일부를 제주도에 ‘관례적’으로 전달해왔다”고 한 이 사건관련자들의 진술 내용에 있다.
항간에 제주도에서 무슨 큰 행사가 있다하면 ‘보조금 잔치’가 벌어진다는 말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보조금이 ‘눈먼 돈’이니 ‘쌈짓돈’이나 하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아온 곳은 이런 행태 때문이다.
이는 공직의 모럴 해저드 차원을 넘어 중대한 범죄다.
따라서 경찰이 이 사건수사에서 보여준 수사력의 한계는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시중에는 별이별 루머가 다 나돌고 있다.
철저한 수사로 의혹을 잠재워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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