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래’ 해수욕장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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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해수욕장의 ‘검은 모래(黑砂濱層)’가 제주시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어떤 과정을 걸쳐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는 모르나, 두 손 들어 찬성할 만한 일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제주도내의 여러 해수욕장 중 검은 모래로 구성된 곳은 삼양을 제외하면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희귀성으로 따진다면 검은 모래도 어느 문화유산과 비교하더라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모래의 빛깔과 색채는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퇴색되는 듯한 상황이 지속돼 왔다.

어쩌면 삼양해수욕장의 검은 모래는 여러 도민들과 관광객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질 정도로 희미해져, 그 존재에 대한 희귀성이나 가치성을 느끼기에는 다소 늦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입장을 대변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제주시가 검은 모래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설에는 검은 모래가 신경통에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나 매년 여름철이 되면 일부 장년층과 노년층 사이에서는 꾸준히 삼양동의 검은 모래를 이용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로 볼 때는 신경통의 효험도 어느 정도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것은 삼양해수욕장의 검은 모래가 청소년층에서부터 장.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접착제의 구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신경통의 효험만으로는 주변 전망이 좋고 교통이 편리하며 거기에다 강력한 무기인 하얀 모래로 무장된 다른 해수욕장과의 경쟁에서 결코 비교우위에 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화유산으로의 지정은 바로 고운 백사장을 배경으로 삼는 도내 다른 해수욕장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 동시에 검은 모래를 자원화.상품화하는 데도 아주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한편 문화유산으로의 지정도 분명히 검은 모래의 가치를 드높이는 일이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검은 모래 자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도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근원을 제공한다.

도내의 다른 해수욕장에서 나타나는 백사장, 즉 패사(貝砂) 성분인 하얀 모래는 재료가 주로 해저생물의 패류로서 전복, 소라, 고둥 등의 껍데기가 파쇄(波碎)돼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검은 모래는 말 그대로 검은 현무암이 파도에 깎이어 만들어진 것으로, 삼양해수욕장의 모래에는 조개 성분의 패사보다도 상대적으로 현무암의 풍화물질인 검은 모래가 더 많이 섞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삼양해수욕장을 구성하는 검은 모래는 연안 바다의 해저에 널려 있는 암초와 암반이 수 천년, 아니 수만년에 걸쳐 깎이고 깎여 모래처럼 작은 알맹이가 된 것이다.

말하자면 삼양동의 검은 모래는 여타 해수욕장에 분포하는 하얀 모래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걸려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지금도 삼양해수욕장의 한 쪽에 가보면 아직도 다 깎이지 않은 현무암질 암초와 암반이 파도치는 물결 위로 솟아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도 파도는 암초의 모서리를 깎아내리며 검은 모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전제로 해볼 때, 삼양동의 검은 모래도 충분히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검은 모래를 어떻게 보전해 가느냐 하는 중요한 숙제를 짊어지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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