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 일그러진 自畵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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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노동사무소와 검찰이 지난 한달 동안 도내 24개 점검대상 사업장에 대해 ‘안전보건 점검’을 한 결과 모두 261건의 위법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어느 한 군데도 위법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사업장이 없었다고 한다.

풍요와 고도성장을 자랑하는 우리사회가 그 뒤에 숨겨진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그러진 자화상(自畵像)이다.

적발사항을 조목조목 살펴보면 더욱 부끄럽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사고가 발생해도 안전조치를 나 몰라라 하는 업체마저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 나가야 정신을 차리겠다는 심사인지, 참으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현장 근로자들이 고공에서 떨어져 죽던, 기계에 끼어 죽던, 자재에 눌려 죽던 내가 알 바가 아니라는 말인가.
심지어 공공기관의 도로건설 현장에서도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한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생명존중 의식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그간 우리는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선진국으로 발 돋음 하기 위해 오직 앞만 보며 질주해 왔다.

이윤 극대화, 경제성, 효율성 같은 가치가 최우선이 되며 “빨리 빨리”로 대변되는 조급증과 물질만능주의에 너나없이 빠져 들었다.

‘돈만 많이 들고 효율성은 없는’ 일은 금기다.

또 고속성장이 최고의 미덕이 되는 문화 속에서 매사 속도에만 신경을 써왔지, 돈이 더 들고 더디더라도 세밀한 구석까지 안전을 챙기는 습관을 기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안전은 항상 뒷전이다.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은 흡사 공중서커스를 해야 하고, 제조업 근로자들은 언제라도 손가락 발가락을 잘릴 각오로 묘기를 벌여야 숙련공이 된다.

이러다보니 재해내용이 매우 원시적이고 후진국형이다.

사람 목숨 값을 가장 싸게 여긴 탓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바로 사람의 생명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느냐에 달렸다.

우리의 안전 불감증을 치유하는 길은 돈보다 생명존중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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