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이외에 비급여 지출액과 항공료, 체류비를 포함하면 도내 환자들의 실질적인 부담액은 연간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암환자들이 서울로 쏠리는 경향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암진료를 받은 도민은 3794명으로, 이에 대한 건강보험 진료비도 168억3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도권으로의 지방 환자 쏠림 현상은 지역 병원의 시설수준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제주의 경우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는 10만 명당 2대로 가장 많은 전북(5.84대)과 대구(4.56대)의 절반도 안된다. 여기다 인구 10만 명당 병상 수도 전국에서 가장 낮다. 우려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국회 교과위 국정감사에서도 제주대병원이 새로운 의료기술개발 연구에 소홀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신의료기술 개발실적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국립대병원의 제역할에 대한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진영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사는 최근 한 간행물을 통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제주지역은 공공병원의 역량 강화와 응급의료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기했다. 도정과 의료기관은 깊이 새겨 들어야 한다.
의료비 유출을 막기위해 도내 의료원에 대한 최첨단 장비 지원이 선결돼야 한다. 하지만 당국은 이를 외면해 시설 투자에만 급급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예산도 노후장비 교체에 그치고 있어 의료비 도외 유출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이제라도 당국은 제주지역의 의료기관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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