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光復, 야스쿠니의 寃魂들
미완의 光復, 야스쿠니의 寃魂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한 세대(世代)가 30년이라면 벌써 두 세대가 흘렀다.

광복 60년, 한.일협정 체결 40년을 맞는다.

일제의 과거사를 청산하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데 청산은커녕 제주출신 강제동원 희생자 445명이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합사(合祀) 되어있음이 이제야 공개됐다.

야스쿠니 신사(神社)는 어떤 곳인가.

일본이 메이지 유신(1867) 이후 태평양전쟁까지 전사자 246만명의 명부를 보관, 이들의 혼령을 위로해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총리겸 육군대신 토조히데키(東條英機)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의 위패도 있다.

신사의 정문을 들어서면 ‘일본 육군의 아버지’ 오무라 마스지로의 동상이 있고, 그 오른쪽에 가미가제 돌격대원의 동상, 야마토 전함의 포탄, 각종 병기들과 함께 근대이후 일본이 치른 각종 전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뒤쪽으로는 ‘군인 칙유(천황이 내린 제국일본 군인의 덕목)의 비석’도 서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이처럼 일본 신도(神道)를 상징하고, 군국주의 확대정책을 종교적으로 뒷받침했으며 지금도 그 중심에 있는 곳이다.

그런 이 곳에 우리 제주출신 강제동원 희생자들이 일본 전범들과 함께 제사상을 받고 있다니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있는가.

아직도 광복을 보지 못한 희생자 원혼(寃魂)들이 구천(九泉)에서 꺼이꺼이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야스쿠니 신사의 경우는 오끼나와 조선인 희생자 위령탑 제사 등 일본내 다른 추모행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우리가 일본인들의 태평양전쟁 전몰 조선인에 대한 추모를 전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인 희생자들을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과 함께 합사하여 추모행사를 벌이는 왜곡된 역사인식에 반대하는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모두 1만9956명의 조선인 희생자가 합사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의 유족들은 야스쿠니 신사의 명부에 등재된 조선인 희생자들의 원혼들을 고국에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일의 진정한 화해는 태평양전쟁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하고 그 넋을 달래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제주일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