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을 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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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태 한국환경공단 제주지사장/공학박사

이웃나라 일본은 올해는 없었지만 작년 한 해에만 해도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배출했다. 일본은 역대 노벨상 과학부문에서만 모두 15 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와는 사뭇 비교가 되고 있다.

 

이를 단지 국력이나 국가 브랜드 인지도 차이 또는 과학기반의 차이로만 치부하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은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입증되고 있는데 노벨과학상 분야에는 왜 아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우리가 전문성을 중시하지 않는 관습의 탓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만 아는 사람은 한 가지는 할 줄 안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그동안 한 분야에서의 전문성보다는 다방면에서의 능통성을 중시해 왔다.

 

깊이 아는 것보다는 두루 아는 것이 더 좋은 자질이나 덕목으로 여겼다. 한 종목 안에서 통하는 멀티 플레이어 개념을 확대 해석하여 축구 선수가 농구나 배구 종목도 두루 잘 하는 그런 능력을 요구해 온 셈이다.

 

이제는 전문성으로 승부를 거는 분위기로 변해야 한다. 그런 게 모든 분야에서 한꺼번에는 어렵다면 과학과 기술에서부터 시작해 차츰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종합병원의 의사들이 치과에서 산부인과로 옮겨가지 않는 것처럼 저마다의 전공과 경륜이 어우러져 훌륭한 성과를 내며 전문성을 배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하수처리업무를 하다가 문화회관에서 관리업무를 하기도 하는 등 성격이 다른 여러 업무를 돌아가면서 수행했는데 이런 일은 요즈음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박학다식(薄學多識)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 좁은 무대에서는 ‘모르는 것 없는 사람’이 유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경쟁의 무대가 세계로 넓어지고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경쟁에 참여하게 되면 전문성으로 결판이 나게 돼 있다.

 

특히 소비자의 욕구가 고도화돼 가는 시대에서 상대우위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고 있어 한 분야만이라도 절대우위를 점해야 살아남는다. 쉽게 비유해 각 교실 단위로 경쟁한다고 하면, 과목별 대표선수를 뽑아 학력경시대회를 치를 때, 전과목 B학점의 학생들로 가득한 교실보다 다른 과목들은 겨우 낙제를 면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 과목만이라도 A+인 학생들이 분야별로 있는 교실이 절대 유리하다.

 

국익이 달린 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의 전문성은 특히나 중요하다. 우리는 1998년에 체결된 새로운 한·일어업협정의 결과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노벨과학상 수상 실적 성적표는 이러한 점에서 확실히 시사(示唆)하는 바가 있다.

 

세상에는 공중보건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분야 전문의로서 최고의 전문지식과 권위를 지닌 사람들이 존재해야 인류를 위해 더 충실한 봉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김성래 선수나 황영조 선수가 다리가 아팠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고치기는커녕 원인도 알지 못했지만 일본의 쓰쿠바에 있는 병원에서 고쳐서 재기에 성공, 프로야구 홈런더비 1위나 올림픽 마라톤 챔피언에 올랐음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서양 격언에 “Don't be a dog”이라는 것이 있다.

 

개는 사람보다 잘 짖고, 잘 달리고, 냄새도 잘 맡으며, 소리도 잘 듣고, 가르쳐 주지 않아도 수영도 잘 하고, 싸움도 잘 한다. 모든 면에서 사람보다 나아 보이고 못하는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막상 개가 인간의 상대라도 되는가?

 

이제는 인재를 등용하고 관리하고 육성할 때에도 어떤 체제가 우리의 경쟁력을 위해서 그리고 삶의 질을 위해서 더 중요한지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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