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동네 한바퀴
저녁 먹고 동네 한바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15살과 17살에 결혼해 74년째 해로하고 있는 어느 노부부의 여름나기.

대전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89)와 할머니(91)는 아침상을 물리면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그 것도 모시옷으로 곱게 차려입은 모습들이다.

할아버지는 10년 넘게 탄 낡은 자전거 뒤에 할머니를 태우고선 동네 한바퀴를 돈다.

이게 나들이의 시작과 끝이다.

신선한 아침바람을 쐬는 기분은 최상이라 한다.

찜통더위를 이기는 노부부의 멋진 나들이인 것이다.

모두가 시원한 곳을 찾아 난리들인데 말이다.

TV를 통해서 본 것이지만, 기자는 세월의 두께만큼 너무나 정겹고 아름답다고 끝맺는다.

▲모르긴 해도 이들 노부부는 동네의 산증인일 것이다.

동네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동네의 변천사를 읽고 또 읽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졸라 어렵게 타낸 용돈으로 거의 매일 살다시피 했던 만화책방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

빵집, 다방. 사진관은 그대로 있는지 ‘우리 동네’의 모습을 그려본다.

하지만 전파사도 없고, 미용실도 없고, 짜장면집 식당도 없다.

정감 있던 옛 동네의 모습이 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청소년들도, 심지어 어른들도 ‘우리 동네’가 없는 생활패턴의 연속이다.

동네는 단지 가족들이 먹고 잠을 자는 공간의 주소만 있을 뿐이다.

▲주5일제를 맞아 한국에서 가장 바쁜 인사가 된 ‘휴(休)테크 전문가’ 김정운 교수(명지대)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이들 가족의 노는 법은 특별하지도 않다.

‘동네 한바퀴 산책’을 통해 창의력과 능률을 싹 트이고 있다 말한다.

1주일에 한번 이상 가족들이 동네 빵집에서 빵을 사고, DVD도 빌리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으면서 이웃과도 장시간 얘기를 나누곤 한다고 했다.

정서적으로 함께하는 동네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주소만 있는 ‘우리 동네’가 아니다.

오늘부터 저녁 먹고 동네 한바퀴 돌면 건강도 지켜주는 여름나기로 제 격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