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그늘에 묻혀있는 독립유공자들이 많다는 것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막상 이번 포상을 받게 되는 애국지사들의 면면을 보니, 새삼 무거운 죄책감이 든다.
이들의 공적이 광복 60년 만에 역사의 빛을 받게 됐다는 반가움보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무얼 했느냐는 부끄러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포상되는 독립유공자에는 구좌지역 사회주의 항일운동의 구심점이었던 신재홍(申才弘. 1900~?) 선생을 비롯 채재오(蔡載五. 1908~1980) 선생과 구좌 항일해녀투쟁을 이끌었던 부덕량(夫德良. 1910~1939) 선생이 포함되어 있다.
또 지난 3.1절에 건국훈장을 받았던 강창보 선생의 동생인 강창거(姜昌擧. 1910~2004) 선생과 부장환(夫章煥. 1914~1988) 선생이 포함돼 있고 법정사 항일운동을 이끌었던 강창규(姜昌奎. 1872~?) 선생, 김성수(金成洙. 1901~1965) 선생, 오병윤(吳秉允. 1901~1973) 선생이 있다.
뒤늦게나마 이들이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게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광복 60년이 되었는데도 독립유공자 발굴과 관리가 아직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독립유공자들을 체계적으로 발굴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 후손들을 정부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 집안은 3대가 망했다’는 말이 나도는 것이 과언이 아닌 듯 싶다.
물론 독립유공자 발굴과 후손에 대한 국가적 보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훈처에서 해마다 발굴 조사 작업을 벌이고 후손들에게는 일정한 금액의 보조금이 매달 지급되며 자녀들에게 각종 혜택도 주어진다.
하지만 이 쥐꼬리만한 보훈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독립유공자의 서훈기준도 불분명해 어느 사람은 서훈자로, 어떤 사람은 배제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광복 60년이다. 이제부터라도 극빈자를 구휼하듯 시행되는 시혜적 보훈정책을 전면개편, 독립유공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차원에서 그들의 후손을 예우해야 한다.
역사는 바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