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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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는 게 있다. 열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두려운 게 있다. 바로 ‘판도라의 상자’다.

요즘 세간의 ‘X파일’인 안기부의 불법도청 테이프가 이 판도라의 상자로 불린다.

국가기관이 불법으로 도청한 그 수많은 테이프에 뭐가 들어있는 지 모르지만 그 상자가 열리는 날에는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는 의미다. 당시 관계기관에 근무한 모 인사는 “그 자료들이 공개된다면 상상을 초월한 대혼란을 야기하고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를 붕괴시킬지 모르는 핵폭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말대로라면 문제의 테이프는 우리사회의 안정을 위해 그대로 덮어야 할 대상이고, 열지 않는 게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내용일수록 더 궁금해지는 게 사람의 심리다. 호기심과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결국 상자를 열었던 ‘판도라’의 이야기가 연상된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성이다. 신(神)들의 아버지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주자 화가 치민 나머지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인간세계 여인 판도라를 창조케 한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상자를 선물로 건네며 절대 열어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하지만 그녀는 걷잡을 수 없는 호기심에 사로잡혀 상자 뚜껑을 열고야 만다.

그러자 제우스가 인간 세상에 내려 보내려고 상자속에 넣어 두었던 배고픔과 미움, 질병, 복수, 증오, 시기 등 온갖 악의 영혼들이 우르르 빠져 나왔다.

놀란 그녀가 황급히 뚜껑을 닫았을 때 상자 안에는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단 하나의 영혼이 남게 되었다. 그것은 희망의 영혼이었다.

▲최근 안기부 ‘X파일’의 공개여부와 이 사건의 처리해법을 둘러산 논란이 중폭되고 있다. 검찰은 압수한 도청 테이프 274개에 대해 “공개는 물론이고 수사의 단서로도 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불법 도청된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실정법에 근거한 원칙론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비롯한 일각에선 국민의 알권리와 지도층의 비리가 밝혀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어 결론도출이 힘들다. 이 판도라의 상자를 어찌해야 하나. 올 여름 무더위가 더욱 지루할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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