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존재의 이유'
경찰과 '존재의 이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어제(21일) 경찰들은 66번째 생일을 맞는 축복스런 날이었다.

때마침 경찰의 친절과 봉사정신, 인생 길잡이에 감복한 이들이 고마움을 전하는 메시지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멋진 제복을 입은 경찰 스스로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제주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대장 고광언)의 경우 얼마 전 교도소에서 날아든 편지 한 통을 받고 기운이 났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했던 피의자로부터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피의자는 편지에서 “죄인을 죄인으로만 대하시는 것이 아니고, 후일 출소하면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니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라며 “저에겐 마약에 대한 범죄에 대해 종지부를 찍으라고 하는 것 같아 고마움이 더 큽니다. 이제 열심히 땀흘리고 살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그는 경찰에 붙잡힐 당시 안경을 씌워주던 반장님, 조사 과정에서 누님으로부터 온 전화에 울음을 터뜨리자 잠시 자리를 피해주던 수사관님, 출소 후 목수 일을 할수 있게 해주겠다던 팀장님을 거명하며 따뜻한 배려에 감사를 표시했다.

며칠 전에는 제주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제주를 찾았던 50대가 27년째 소중히 간직해오던 결혼반지를 되찾아준 경찰에 “제주 모래사장에 잃어버린 바늘과 같던 그 반지를 찾아주셨다”는 글을 남겼다.

이 반지는 조울증을 앓고 있던 부인이 제주시내 모 호텔 입구에서 택시비를 낼 현금이 없자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내면서 행선지를 찾을 수 없었는데 제주서부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하는 임익수 순경의 집념으로 주인을 찾게 됐다.

임 순경은 호텔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도내 개인택시 3900여 대 가운데 특정 차종과 색깔의 차량 170여 대를 선별해 일일이 찾아다닌 끝에 반지를 받았던 택시기사를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제주 경찰이 올해 5월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한 ‘주폭(주취폭력사범)’ 척결도 도민들을 살맛나게 하고 있다.

상습적으로 술에 취한 채 서민들에게 행패를 부리던 주폭 26명이 구속, 사회와 격리되는데다 주폭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면서 시끄럽던 마을들도 조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제66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제주 경찰이 이처럼 칭찬을 받기도 하지만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해 질타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제주도민 1000여 명이 유사수신업체의 고수익 배당 미끼에 수백억원의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사전 예방은 커녕 다른 지방 경찰에서 수사의 속도를 내자 손을 떼야 했다.

일부 경찰의 불친절, 업무 늑장 처리 등 쓴소리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소용돌이 속에서 서귀포경찰서장이 경질당하고 본청에서 제주로 지휘부를 발령하는 상황이 발생, 제주 경찰은 무력감도 맛봐야 했다.

더구나 강정마을로 투입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민원 업무의 공백도 초래, 경찰서를 찾는 시민들의 불만도 샀다.

경찰청이 실시한 2011년 상반기 치안성과평가에서도 제주 경찰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국민의 편에서 격무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다수의 경찰을 보면서 제주 경찰에도 희망이 있음을 보게 된다.

이제 다시 제주 경찰이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자긍심을 느끼고 조직에도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경찰 스스로가 ‘존재의 이유’를 생각하고 칭찬의 주인공이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내년 67번째 생일상에는 칭찬 릴레이로 감동의 메시지가 더 풍성해지는 장면을 보고 싶다.

<김재범 사회부장대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