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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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즐겨쓰는 말이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물과 같이 정치도 쉼쉬고 변화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정치는 유동적이고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오뚝이’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이 회자한다.

정치가 생물이다면 정치를 뒷받침하는 민심도 항시 쉼쉬고 변화하면서 상당한 폭발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에 역행한다.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 민심을 선동한다. 민심을 잃다 등의 말들을 정치의 계절이 도래하면 정치가들이 한표를 호소하거나 여론이 자신들의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 애용한다.

이같은 민심도 정치처럼 살아있는 생물이다. 한 곳에 고정돼 있지 않고 강물처럼 쉼없이 흐른다.

민심읽기는 정치권에서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도 자사 제품의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민심을 꿰뚫어보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는다.

사전 시장조사 단계에서부터 시제품 출시, 완성품을 내놓기 까지 좀더 민심을 파고들 수 있는 상품이 되도록 뜯어고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엄청 투자한다.

이렇게 애를 써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 만큼 민심의 속을 파악하는게 힘들다.

제주도 행정계층구조 개편과 관련해 7.27 주민투표 결과 제주도민들이 ‘도-2개 행정시(4개 시.군 통합, 시.군의회 폐지)-읍.면.동’이란 혁신안을 선택했지만 도민들의 이해와 평가는 한마음 한뜻 같지는 않다.

제주도는 변화를 바라는 도민들이 제주의 미래를 위해 혁신안을 선택했다며 행정구조개편의 궁극적인 목표인 제주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 건설이란 야심찬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민투표 후유증을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 후속대책으로 도민대통합과 지역균형발전책을 제시했다.

반면 내년 5월 31일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때 현직 출마가 원천봉쇄된 시장.군수와 시.군의회의원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귀포시 관내 51개 사회.자생단체로 구성된 지방자치수호 서귀포시 범시민위원회는 지난 11일부터 10만 서명운동에 나섰다.

사실 도민들의 입장에서 보기엔 주민투표의 패배자격인 시장.군수들이 행정구조개편 논의가 상당기간 진행되어 왔음에도 주민투표까지 가겠는가 하고 ‘설마 설마’했다가 한방 크게 먹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지사와 시장.군수들이 주민투표 결과를 놓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대로 일부의 민심을 마치 전체인양 포장하거나 왜곡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또 도민들의 선택이 자신에 대한 평가로 인식해 자기도취에 빠지거나 상당기간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행정 추진에 있어 무기력증세를 보이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살아있는 생물인 민심은 냉정하다. 주민투표 결과 이겼다고 해서 민심이 줏대없이 따라가지 않는다. 반대로 패배했다고 해도 패배자로부터 매몰차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민심은 침묵하면서도 주민투표에서 이겼다고 환호하는 측과 졌다고 얼굴색을 붉히는 측 모두의 지금 행동과 향후 행동을 눈여겨 본다.

7.27주민투표에서의 승자와 패자 모두 명분한 가장한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 골몰하는 꼼수를 부린다면 민심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분노할 것이다.

내년 5월 31일에 실시되는 지방선거까지는 산술적으로 9개월이란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다.

7.27주민투표에서 속내를 드러낸 민심은 당분간 잠복기에 접어들었다가 지방선거일이 다가올 수록 지방정치판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

민심은 자신이 나설 때가 언제인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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