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유통조절명령제의 올바른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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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도 어김없이 유튱명령제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제주도와 경실련은 ‘감귤의 품질향상’ 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도입해야 한다고 하고 언론도 유통명령 재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법치주의를 무시한 발상이다. 아무리 유통명령제가 좋아도 이런 명령을 발하려면 반드시 법적 근거(조례로는 안된다)가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어느 법전에도 ‘품질향상’ 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통명령을 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유통명령 발령의 유일한 법적 근거는 농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 제10조②항 이다. 이에 의하면 그 발령 요건은 “농산물의 현저한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 이므로 생산량이 적은 때는 발령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생산량을 과잉생산으로 보느냐하는 것이다.

2003년도에 총 58만t이 무난히 처리되었던 것을 보면 그동안 당도의 증가 등 품질향상과 인구증가를 감안하여 60만t을 적정생산으로 추정하면 좋을 것 같다. 따라서 유통명령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적어도 생산량이 58만~60만t을 넘을 때라야 가능하다고 본다. 유통명령제가 도입되더라도 농민에게 주는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 그동안 실시했던 두 차례의 유통명령은 ①⑨번과를 비상품화 하여 시장 진입을 봉쇄해 버림으로써 여러 가지 위법성과 문제점을 갖게 되었었다.

①⑨번과는 시장성이 좋은 고품질의 상품이다. 이를 강제로 비상품화하려면 반드시 그에 대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헌법23조③). 보상도 없이 비상품화하려면 ‘피해자의 승낙(개개 농민의 동의)’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것마저 무시했다. 이것은 분명 농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된다. 이런 소지를 안은 채 비상품 유통의 단속을 강화하려고만 하면 설득력이 있을까? 유통명령의 위헌성을 치유하려면 비상품화(재산권침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

유통명령의 또 다른 문제점은 소득분배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생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그 생산에 참여한 기여도에 따라 응분의 소득이 정당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어떤 농민이 격년결과로 대과(大果)만을 생산했다면 그는 단 한개도 시장에 팔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행정이나 생산자단체가 전량 수매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소득보전을 못해준다면 이런 경우에는 ‘농민 죽이기’제도가 되지 않겠는가?

유통명령은 시장경제 원리에도 반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누가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이냐?’ ‘누구를 위해 생산할 것이냐?’등의 기본적 문제를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야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하자면 생산자는 시장의 ‘가격 신호’에 따라 대과나 소과(小果)도 생산(판매)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값비싼 중간과를 수요하거나 대신 값싼 대과나 소과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아무런 명령이나 강제 그 어떤 외부의 간섭도 없이 개인의 자유스런 경제활동에 맡겨져야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위적인 시장 규제’ 또는 ‘생산자 담합에 의한 불공정 경쟁’이라고 하면서 이 제도의 시행을 꺼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통명령에 대한 문제점들을 살펴보았다. 유통명령제가 올바로 시행되려면 비상품과의 개념 정립을 새롭게 해야 한다. 저급품(파치)와 ⑩번과 이상을 비상품화 하고 ①⑨번과를 상품화한다면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홍수출하를 막기 위해 일시적인 출하제한을 했더라도 생산량이 상당량 소비된 이후부터나 대목시장 등 수요가 많을 때는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①⑨번과를 비상품화하여 공급량을 줄이고 싶다면 반드시 그에 대한 보상을 하거나 매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행정(제주도정)과 생산자단체는 유통명령에만 의존하지 말고 감귤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을 확보하여 필요시 ‘소득보전’ 및 ‘가격유지정책’을 쓰는 것(②~⑧번과를 대량 매수)이 더욱 바람직하다.

이상의 방법들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면 행정이 시장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둔다면 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자동으로 해결해 줄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제자유도시를 염원하는 우리의 소망과도 부합된다. 자유도시가 되려면 각종 규제를 풀고 경제활동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야하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여기서는 지방정부)가 최선의 정부(The least government is the best government)”라는 명언을 되새겨볼 때이다.

<서귀포시 서귀동 · 감귤 농가 고의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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