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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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4대 명절 중에 하나인 추석(秋夕)이 다가오면서 내달 4일 음력 팔월 초하루를 전후로 제주에서는 벌초(伐草) 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벌초는 여름철 조상의 무덤과 그 주위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손수 솎아내며 살아 생전의 기억과 은덕을 떠올리는 일종의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조상의 묘를 풍수설에 의해 명당에 쓰기 위하여 몇 십리 먼 곳까지 가서 쓰는 경우가 많았다.

보편적으로 우리나라의 무덤은 주로 야산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아 온갖 잡초가 주위를 둘러 싸기 일쑤다.

또 묘를 쓴 다음 이사를 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묘가 집 근처가 아니라 대부분 먼 곳에 있다.

이런 경우에도 우리 조상들은 추석을 맞이해서는 아무리 험하고 먼 곳에 묘가 있다 해도 반드시 벌초를 하는 것이 자손이 해야 할 도리와 효성의 표시로 여겼다.

그만큼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을 중요시 했던 것이다.

추석 성묘를 와서 벌초를 안 했으면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로 보기에도 흉할 뿐만 아니라 불효의 자손을 두었거나 임자 없는 묘라 해서 남의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그래서 추석을 앞두고는 잡초를 베고 무덤 주위를 단장하는 벌초가 관습이 됐다.

벌초는 자신의 처지를 점검하고 흩어져 사는 가족 친지들과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그 동안 못다한 얘기를 나누며 가족의 정을 다시 한번 느끼는 자리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것이 조상들의 지혜로운 뜻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벌초 대행 서비스가 갈수록 인기라고 한다.

전화 한 통화면 곧바로 대행 업체에서 벌초를 해준다.

편리한 세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바쁜 현대생활의 하나의 세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벌초도 제사나 성묘 차례와 같이 조상을 섬기는 예법 가운데 하나다.

선조들은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지 못하면 수치로 여겨 낫을 갈고 일손을 모아 며칠 몇

날을 걸려서라도 조상의 묘를 벌초해 도리를 지키려 했다.

벌초 대행이 손쉽고 편리하지만 손수 조상의 무덤을 돌보는 전통과 미덕, 정성이 점차 퇴색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정성과 마음이 돈보다 소중하고 가족의 화합이 어느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올해 벌초를 통해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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