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오렌지 수입물량은 2009년 7만1221t에서 지난해 11만55t으로 불어난데 이어, 올 들어서도 지난 9월 말까지 16만2478t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제 바야흐로 연간 수입량 20만t 시대다.
물량공세의 주역은 미국산이다. 전체 오렌지 수입 물량의 95%를 차지한다. 또한 수입 시기도 제주산 노지감귤과 한라봉 등 만감류 출하시기와 겹친다. 미국산이 제주감귤과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산 넘어 산’이라고 지금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큰 난제가 가로놓여 있다. 바로 한·미 FTA다. FTA 발효 시 미국산 오렌지 수입량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건 뻔하다. 따라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미국산 오렌지의 국내 시장 공세는 더욱 파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농협이 최근 FTA 발효 시 미국산 오렌지의 국내 소비자 판매가를 추산한 결과, 무관세 오렌지는 ㎏당 1634~2001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라봉의 평균 경락가 ㎏당 4600원(2008~2009년산 3㎏ 1만4000원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제주감귤이 가격으로는 미국산을 비롯한 외국산 오렌지를 감당할 수 없음을 뜻한다.
그러나 소비시장은 가격 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보다는 신뢰를 우선하고, 청정 고품질을 중시한다.
그래서 결론은 분명하다. 수입산과 맞서 싸울 비장의 무기는 말할 것도 없이 제주산 만이 간직한 고품질 특장(特長)을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가 제주감귤을 전적으로 믿고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FTA 시대, 현실에 안주한다면 제주감귤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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