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알아들을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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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부로 추앙되고 있는 손문(孫文)은 광동성 향산 사람이다.

그가 젊었을 때 천진으로 당시 정계의 거물인 이홍장(李鴻章)을 찾아갔을 때였다.

구국(救國)의 신념으로 열변을 토하는 젊은 혁명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듯 하던 이홍장은 이내 졸기 시작해 손문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러나 이홍장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훗날 손문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광동어를 몰랐기 때문이다.

▲강남 절강성 소흥에서 출생한 노신(魯迅)은 1921년말 ‘아Q정전’을 내놓자 일약 인민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그러자 북경대에서 그를 초빙해 ‘중국 소설사’ 강의를 맡겼다.

첫날은 학생들로 가득 메워졌던 강의실이 그 다음 시간부터는 썰렁해졌다.

그의 심한 소흥 사투리를 학생들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탓이다.

손문과 노신이 유창하게 북경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면, 중국의 혁명이나 근대화가 훨씬 더 앞당겨졌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언어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는 얘기다.

▲분단된 지 반세기를 훨씬 넘어서고 광복 60년을 맞는 한민족의 언어는 그동안 남.북한에서 심각하게 이질화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던 대목이 상당히 있었다고 할 만치 남북의 말이 달라진 것이다.

북한의 문화어라는 해방처녀(미혼모) 외동옷(원피스) 동강옷(투피스) 나리옷(드레스)를 우리는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한다.

무연하다(무질서하다) 답새기다(두드려 패거나 족치다)라는 말도 이해하는 사람이 적을 것이다.

▲최근에 남.북한 학자들이 우리말 통일안을 마련해 보자는 노력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남북이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를 했다고 한다.

언어는 개념의 표현이고 한민족이 개념의 동일성을 보존하지 못할 때 그 언어의 동일성은 유지되지 못한다.

언젠가는 꼭 이루어질 민족통일을 위해서는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를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광복 60년을 맞는 이 해, 8월이 간다.

무슨 일이던 말은 알아들을 수 있어야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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