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범인은 한국과 일본을 단일민족국가로 간주하고 그것을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도 국제결혼의 증가로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을 ‘대규모 이민자 유입 없이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 단일문화 국가로서 매우 살기에 안전한 나라’로 꼽은 것이 좋게만 들리지 않는다.
‘단일민족’을 입버릇처럼 내세우던 우리나라도 어느덧 다문화사회로 변모하면서 단일민족에 대한 의식도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
2008년 한 여론조사업체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101명을 대상으로 “한국이 비교적 단일한 민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44.2%로 절반도 안 됐다. 오히려 ‘동의 안 한다’(20.5%)거나 ‘그저 그렇다’(35.1%)라는 응답은 합쳐서 절반을 넘겼다.
특히 ‘한국이 단일민족 국가라고 할 수 있다’라는 질문에 ‘동의한다’라는 응답은 41.2%로 절반도 안 됐다.
‘그저 그렇다’(32.7%)라거나 ‘동의 안 한다’(20.5%)라는 의견이 절반을 넘겨 눈길을 끌었다.
제주지역에서도 결혼한 부부 10쌍 가운데 1.3쌍이 다문화 부부일 정도로 다문화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다문화가족은 올해 1월 현재 결혼이민자 1485명, 혼인귀화자 522명 등 모두 20여 개국에 2007명으로 집계됐다.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가족과 함께 이주 노동자 및 원어민 강사 등 제주에 새 둥지를 튼 외국인은 현재 8499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가족 및 자녀를 위해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함께하고 건강한 다문화사회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비전으로 하는 다문화가족 지원계획을 수립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시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이들을 진정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시선이다.
‘단일민족’ 의식이 약화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제주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학교에서 피부색이 다르다고 따돌림 당하고 과거 일제시대라는 역사 때문에, 엄마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는 등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다문화가족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고 있다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서 다문화가족의 건전한 사회 적응은 우리 사회의 당면한 과제이다.
대한민국은 오랜 역사 속의 수 없는 외세 침입은 물론 외환 위기 때에도 단일민족이라는 단결된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단일민족’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문화사회로의 변화 추세를 인정하고 다양한 민족문화를 이해하며 함께 공존해야 한다.
단일민족의 단일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지구 속 하나의 인류라는 마음으로 다문화가족을 받아들여야 한다.<조문욱 /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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