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신발 다섯 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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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 같은 희망은 간 데 없다. 돌아온 것은 빈 신발 다섯 켤레뿐이다. 허탈감 그 자체다.

가족들이 11년6개월 동안 줄곧 가슴에 묻어놓고 행여나 하면서 기다렸던 ‘개구리 소년’ 그 어린 것들은 다섯 켤레의 빈 신발로 돌아온 것이다. 허탈감, 무엇으로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유해에는 머리카락도 손톱.발톱도 없고 유골은 거꾸로 박힌 상태로, 마을과 도로가 보이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그렇게 기다렸던 ‘개구리 소년들’의 실체였던가. 지난 9월 26일 와룡산 자락의 충격인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혹, 간악한 인간사의 어떤 진면목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구리 소년들에 대한 의문사 수사와 관련한 분야별 전문가 조사가 유족들의 궁금증을 해갈시켜 줄 수 없어 유족들은 물론 세인들은 초조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의 유골과 유류품에 대한 법의학적.과학적 검증과 감식 등 온갖 수사기법과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그들의 사인을 규명코자 노력은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아무런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유골은 11년이나 방치돼 이렇게 칠흑의 밤을 지새고 말았다. 지금도 이 추운 날씨에 구천을 헤매고 있을 어린 원혼들이 가련하기만 하다.

부모들은 이 어린 것들을 찾기 위해 동서남북.불철주야 놓치지 않고 찾아 다녔다. 가슴이 찢어지고 입술이 다 타도록 잃어버린 자식들을 기다렸던 것이다. 부모나 가족들의 기다림과 허탈감 사이에서 흘린 눈물은 도대체 얼마나 되었을까. 입이 있어도 할 말을 잊어버린 비탄의 세월 그 자체였다.

해마다 13세 미만 어린이 미아 수는 5000여 명이나 되고 있다. 이 중 300여 명은 신고된 지 1년이 지나도 행방을 찾지 못하여 장기 실종자가 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동아일보 지난 9월 27일자 보도).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산하에 한국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어린이 찾아주기 센터’를 만들어 실종 어린이 3205명을 신고받았지만 그 중 700여 명은 아직도 행방을 찾지 못하여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종자를 찾던 50여 명의 시민들로 구성된 ‘실종가족찾기 시민모임’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모가 바뀌어졌고 또한 경찰이나 신고자의 무성의로 인해 중단하고 만다는 것이다.

생명은 하늘이 우리들에게 선물한 가장 위대하고도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그런데 요즘의 경시풍조는 그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속이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사회가 거침없이 활보하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예로부터 재앙이나 악령을 막는 신이 필요했고, 창세기에는 인간의 사악함을 벌하기 위해 150일 동안 비를 내리게 한 후 결국 대홍수로 인간을 멸망케 했던 것이다. 인간을 속이는 동물의 선두는 단연 여우와 너구리다. 찾아가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어떨까. 개구리 소년의 비극, 마치 미스터리로 이어지는 기괴한 스토리를 접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부모들은 자식을 잃어버린 죄인이라는 자책감으로 몸과 마음에 병을 얻고 끝내 부부는 파경에 이르는 3중고를 치르고 있다 하니 얼마나 마음 아픈 일들인가.

이제 국민적 관심사는 사인을 규명하는 일이다. 탈진으로 인한 자연사인지 아니면 타살인지를 분명히 규명해야 한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외롭게 구천을 헤매는 그들에게는 안식을 빌어주고, 유족들에게는 11년의 상심을 풀어줘야 할 때이다. 미궁은 말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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