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달이 차고 기우는 정도에 따라 땅을 일구고 고기를 잡았다.
달은 또 여자의 생리를 좌우한다고 믿었던 만큼 생명력의 표상이었다.
특히 한국인의 우주론과 세계관, 인생관에서 달이 차지하는 몫은 ‘달과 해가 똑같은 크기로 그려진 일월곤륜도에서 보듯’ 해보다 결코 적지 않았다.
우리 옛 선인들은 또 무엇이든 드러내고 구분 짓는 해와 달리, 달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가운데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믿었다.
▲특히 둥근 보름달은 넉넉함과 번영, 너그러움과 원만함, 푸근함, 은근함의 상징으로 생각했다.
때문에 정월 대보름과 추석 한가위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말없는 달이지만 모든 걸 들어주고 이뤄 주리라 믿었던 셈이다.
유럽 사람들이 보름달을 보며 ‘목걸이를 한 여자나 집게발을 든 개’의 모습을 생각한 것과 달리 우리는 계수나무 아래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상상한 것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또 하나의 세상을 꿈꿨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처럼 달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이었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 승무원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고요의 바다에 착륙함으로써 ‘달에 대한 상상’은 깨졌다.
프랑스의 쥘 베른이 로켓 연결열차가 달까지 달린다는 공상과학소설 ‘달나라 여행’을 발표한 지 100년 만에 허상이 아닌 현실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로써 달 모습도 울퉁불퉁한 구덩이 중 높은 쪽은 햇빛을 받아 밝고, 낮은 쪽은 어둡게 보이는 탓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그래도 달은 여전히 갈 수 없는 먼 곳에 있고 따라서 대보름과 한가위 때면 간절한 소망을 털어 놓는 대상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소망을 물어보면 ①가족과 자신의 건강 ②더 좋은 직장이 생기거나 취업 ③여가생활 등등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옛 선인들의 풍습에 한가위 달이 차면 서천에 달이 지기 전에 일어나 달에 비친 샘물을 떠 소망을 비는 정화수로 삼았다.
이 샘에 비친 달을 긷는 것을 ‘용란(龍卵)을 긷는다’고 했다.
달 밝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약수터에 나가 물을 긷고 가족의 소망을 빌어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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