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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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아침 저녁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이 무더위에 찌든 여름의 잔해를 씻어주고 있다.

저 멀리 높아진 파아란 하늘에 순백색 구름들이 무심히 떠 다닌다. 길가의 활짝 핀 코스모스는 갈바람에 산들거리며 계절의 정취를 돋우고 있다.

시나브로 산과 들에도 가을빛으로 물들었다. 중산간 목장에 조랑말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살이 붙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임을 실감케 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햇살아래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두 팔을 벌린 허수아비는 금방이라도 달려 나와 귀성객들을 안아줄 듯 친근한 표정이다.

가을은 또 내 누님같이 생긴 국화꽃을 연상케 하는 계절이다. 봄부터 그렇게 울던 소쩍새도,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던 천둥도 지나갔다.

△ 수확의 계절이다. 봄에 씨뿌리고 한여름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구슬땀을 흘린 결과다. 농심(農心)이 활짝 웃는다. 이 결실의 계절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를 말을 음미해본다. 진정 살아있는 교훈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도 이를 쉽게 잊는다. 키가 클수록, 지식이 많아질수록, 부가 쌓일수록, 윗사람이 될수록, 권력이 커질수록 그 이치를 망각한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나타나는 갈등과 분열의 골도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고, “자기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 모습이 투영된 결과는 아닐까.

△ 내일은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 민족에게 있어 추석은 명절 중에 명절이다. 좋은 절기에 새 곡식과 햇과일이 나와 맞는 추석은 한해의 풍요와 여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날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추석도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상을 따라가고 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휴기간 해외여행을 나서는 사람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가 하면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명절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소외되고 불우한 이웃들은 더욱 외롭고 서럽다. 그들이 외로운 것은 불황보다도 무관심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그 골이 깊어지고 있다. 넉넉하고 편안하게 보내야 할 명절이지만 되돌아 볼 것도 많은 추석이다. 무엇보다 나눔을 실천하는 한가위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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