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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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 3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간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입후보 예상자들의 면면을 추석전에 일제히 실었다. 추석 차례를 마치고 친척들간 삼삼오오 모여 앉으면 뭐니뭐니해도 선거 얘기가 단연 앞서리라는 전망에서다.

올 추석은 시기상 지방선거를 8개월 남겨놓고 있지만 도지사 입후보 예상자들은 향후 당내 경선 등 일정이 빡빡한 편이다. 또 행정구조개편에 따라 시.군의회가 없어지면서 도의원 선거를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치 않다. 입후보 예상자만 150여 명에 이르고 있고 벌써부터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연봉 6~7천만원이라는 유급제 도입까지 곁들여 지면서 예년에 비해 도의회를 보라보는 유권자들의 시각도 남다르다. 그리고 지역이 좁아 드러난 후보들 중 알만한 사람들은 최소한 몇 명씩은 교차된다. 이런 까닭에 오랜만에 대하는 친척들을 맞아 예비후보자들의 면면과 동향을 씹는 맛이란 추석같은 명절만이 갖는 우리네 정서다.

▲그러나 유권자들 역시 예비후보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몇몇 후보는 자질이 부족하자는 자질론에서부터 과거의 잘못된 행태까지 질타한다. 여기다 지역마다 각각인 민심이 보태지면 그야말로 선거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 우리만이 갖는 추석선거라는 진풍경이 하나 보태지는 순간이다. 추석 연휴 내내 귀가 가려웠을 예비후보자들에게 조심스럽게 던지는 경구가 있어 하나 소개해 본다. 우리 선조들이 수신서의 백미로 알고 한 장 한 장 읽었다는 홍자성의 ‘채근담(菜根譚)’의 명언이다.

“進步處(진보처)에 便思退步(변사퇴보)하면 庶免觸藩之禍(서면촉번지화)하고, 着手時(착수시)에 先圖放手(선도방수)하면 ?脫騏虎之危(재탈기호지위)니라.”

풀어보면 “나아가는 곳에서 문득 물러날 것을 생각한다면 거의 울타리에 걸리는 재앙을 면할 수 있고, 손을 댈 때에 먼저 손 놓을 것을 도모하면 곧 호랑이를 타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도다.

▲이 경구는 한마디로 ‘물러날 줄 알면 화를 면한다’는 뜻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물론 손을 대어야 할 일이 있을 때에 손을 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 데나 쓱쓱 손을 내미는 것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는 뜻이다. 그것은 마치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것처럼 위태로우니 미리 손을 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뒤로 물러설 줄 모르는 것이 출사표를 던질 예비후보자들의 심정일 것이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을 때처럼 그냥 타고 있을 수도, 뛰어내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위험에 빠질 후보자들은 또 얼마나 될지. 이렇듯 추석민심은 호랑이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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