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 본회의장 최루탄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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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 김선동 본회의장 단상서 최루탄 뇌관 뽑아
본회의장 아수라장 속 4분만에 비준안 통과
▲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22일 오후 여당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강행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본회의장 발언대에 올라가 사과탄으로 알려진 최루탄을 의장석에 앉아 있던 정의화 국회부의장앞에서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4년반 동안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22일 오후 아수라장 속에 국회를 통과했다.

비준안은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기습점거와 의장석 장악에 이어 본회의 시작 이후 불과 4분만에 처리됐다. 한나라당 소속인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직권상정한 데 이어 표결이 진행된 것으로, 재석 170명 중 151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기습 점거 이후 오후 4시 본회의가 예고됐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오후 4시8분 의장석 바로 앞 단상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면서 본회의는 20여분 지연된 오후 4시24분 시작됐고, 한미 FTA 비준안은 4분 뒤인 오후 4시28분 처리됐다.

본회의 시작에 앞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최루탄이 터지면서 단상 앞에 서있던 김선동 의원은 흰 최루가루를 뒤집어썼고, 바로 뒤에 위치한 정 부의장은 수건으로 코를 막으려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김선동 의원은 곧바로 바닥에 흩어진 백색 가루를 모아 정 부의장을 향해 뿌렸고, 정 부의장은 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의장석을 비웠다.

최루 가루가 밀폐된 본회의장을 채우자 여야 의원들은 연신 `콜록콜록' 기침과 함께 눈물, 콧물을 흘리며 본회의장 밖으로 뛰쳐나왔다. 한 의원은 "본회의장은 아비규환"이라고 본회의장 상황을 전했다.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화장실로 직행, 눈을 씻어내기도 했다.

최루 가루를 살포한 김선동 의원은 경위들에 의해 본회의장 밖으로 끌려나오면서 "한나라당은 역사와 국민이 무섭지 않느냐"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본회의장에 다시 입장했고, 일시적으로 격리 조치됐다.

김 의원은 최루탄을 터뜨리기 전에 가방 하나를 들고 단상 주변을 한동안 서성였고, 단상에 서자마자 허리를 굽혀 최루탄 뇌관을 뽑았다는 게 본회의장 참석 의원들의 전언이다.

국회 사무처는 일부 의원들이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자 의료진을 긴급 투입하기도 했다.

최루 가루를 피한 의원들은 오후 4시20분께 본회의장에 재입장했고, 정의화 부의장도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의장석을 다시 찾았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가 임박했음을 예고한 것이다.

동시에 국회사무처 측은 진공청소기 등으로 단상 주변을 정리하는데 분주했다.

국회 경위들에 둘러싸인 정 부의장은 오후 4시24분 의사봉을 쥔 채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 의원 40여명이 일제히 단상으로 몰려나와 정 부의장에게 삿대질하거나 단상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격하게 항의했다. 본회의장은 고성과 욕설로 채워졌다.

다만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 점거'를 위한 실력저지에 나서지는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야당이 소극적 저지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은 표결 참여를 위해 자리를 지켰다.

최루 가루 때문에 적지 않은 의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했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양손으로 손수건을 잡고 코와 입을 막기도 했다.

빗발치는 항의 속에 정 부의장은 `본회의 비공개' 여부를 묻는 표결을 시작으로 한미 FTA 처리 수순을 밟았다.

정 부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거 찬성으로 `본회의 비공개'가 결정되자 방청석 등을 메운 취재진에게 "나가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절대 나가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곧바로 한미 FTA 비준안이 직권상정됐고,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무선 마이크를 들고 제안설명을 하러 단상쪽으로 향하다 민노당 이정희 의원이 막자 다시 국무위원석으로 발길을 돌렸다.

결국 제안설명 없이 정 부의장은 한미 FTA 비준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직후 일부 야당 의원이 의장석에 놓인 의사봉 받침을 빼내는 등 저지에 나섰지만, 결국 경위들에게 제지당했다.

비준안에 이어 14개 한미 FTA 이행법안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본회의 시작 이후 30분만에 한미 FTA 관련 모든 표결은 종료됐다.

야당 의원들은 "무효"를 외쳤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의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국회 본회의장 안팎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한미 FTA 비준안 관련 표결이 종료된 직후 김용덕 대법관 후보자와 박보영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의원은 투표함을 든 국회 직원들을 넘어뜨리기도 했다.

결국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표결은 무산됐다.

또한 본회의 시작 전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석 밑에서 `경제주권ㆍ사법주권 포기하는 MB정부'라고 적힌 연두색 현수막을 펼쳤으나, 이를 국회 경위들이 빼앗으면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정의화 부의장은 이에 대해 "내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본회의장 외곽 곳곳에서도 `FTA 충돌'이 목격됐다.

야당 관계자들은 4층 방청석에 입장하려다 `본회의 비공개'를 이유로 본회의장 진입 통로가 막히자 방청석으로 향하는 유리 출입문을 깨고 들어섰고, 이곳을 통해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회 본청 밖에서도 야당 보좌진과 본청을 에워싼 경찰 등과 밀고당기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오후 5시께 본회의가 산회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본회의장에서 나와 의원총회를 위해 맞은 편 예결위 회의장으로 향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빗발치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 내일 얘기하겠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고, 황우여 원내대표 역시 "국민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라고만 했다.

굳은 표정의 박근혜 전 대표도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 산회 이후에도 한동안 본회의장에 남아 항의를 표시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본회의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정권이 또다시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비판하면서 "지금 이 시각부터 한미 FTA 무효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이날 본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데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셀 전망이다.

한미 FTA 비준안 표결 전 국회는 재석 167명 중 찬성 154명, 반대 7명, 기권 6명 등으로 `본회의 비공개'를 의결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역사적 현장을 유권자가 보고 판단하도록 해야 하는데,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한 것은 한나라당과 정부가 얼마나 부끄럽고 심한 일을 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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