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소극장 안착시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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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훈 / 연극배우
▲ 강상훈씨.

“나의 레퍼토리로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처럼 68세 노인이 되어서도 무대 위에서 하고 있을 제 이야기 같거든요.”

 

극단세이레극장 대표를 맡고 있는 연극인 강상훈씨(50).

 

강씨는 지난 1일부터 안톤 체홉의 작품 ‘백조의 노래’ 장기공연을 시작했다. 오는 30일까지 예정된 ‘백조의 노래’ 주인공으로서 그는 오랜만에 배우라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왔다.

 

연출과 직접 출연을 맡은 그는 체홉의 작품을 1인 단막극이라는 틀에서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

 

“배우는 장기공연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항상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도 ‘백조의 노래’는 2년 전 2인극으로 했던 작품이어서 1인극을 결심했습니다.”

 

심신을 수련한다는 각오로 한 달 장기 공연에 돌입했지만 그는 여전히 냉랭한 관객 반응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지역극단이 어떻게 뿌리를 내릴 것인가가 숙제지요. 절실히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993년 세이레아트센터를 개관 초기 소극장 문화운동으로 3개월씩 장기공연을 했었던 그는 예나 지금이나 지역극단에 대한 관객의 무관심을 새삼 느끼고 있다.

 

금요일을 제외한 26일 공연 예정이었던 ‘백조의 노래’는 20일이 지나는 동안 10번도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

 

관객을 기다리다가 무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분장을 지우는 일이 허다했다.

 

“올해로 연극을 한 지 꼭 30년이 됐습니다. 지금 당장은 경제적 가치로 재단할 수 없는 가치가 연극에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지내온 게 세월이 이렇게 흘렀네요.”

 

가수 태진아씨를 닮은 그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도 거기에 가면 연극을 하더라’하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한번 제작된 영화는 한번을 돌리든 100번을 돌리든 똑같지만 연극은 볼 때마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매일 매일 달라지거든요.”

 

소극장 문화를 제주도에 안착시키는 것, 강씨의 소박한 꿈이자 연극을 놓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가 나고 자란 제주도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오랜 시간, 길게 무대에 올리는 것 또한 연극 외길을 걸어온 그가 놓을 수 없는 바람이다. 내년부터는 그 작업이 구체화된다.

 

‘자청비와 문도령’ 등 제주신화를 소재로 제주에서 늘 볼 수 있는 공연을 할 계획이다.

 

그는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연극인 한 사람으로서 그가 해야 할 일이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물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주어 속담 몇 개를 교실 안에 붙여 놓는 것이 제주어 교육이 아닙니다. 문학은 문학작품으로서, 현장예술은 공연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 지요. 저는 영원히 연극인으로서 그 역할을 다 하고 싶어요.”

 

-연극을 처음 시작한 계기는.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대학 선배의 손에 이끌려 반강제적으로 극단을 찾아간 것이 연극인생의 시작이었다.

 

-세이레아트센터는 네 번째 도전하는 소극장이다. 소극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배우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것이 소극장의 매력이다. 관객들이 배우와 함께 호흡하고 연극의 매력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은 소극장 뿐이다.

 

-배우 정민자씨와 부부다. 부부 연극인으로서 좋은 점은.

▲같은 고민을 한다. 그래서 아내는 힘들어도 힘들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흔들리지 않고 곁에 있어줌에 고맙다.

 

-연극인으로서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아쉬움은.

▲무대지원사업이 유야무야 사라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연극계가 더욱 어려워졌다. 의욕있는 단체를 찾아 지원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 지역문화예술의 수준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강상훈은...
1961년 제주시 출생,  제주대학교 졸업,  2010 자랑스런 연극인상 공로상 수상,  ‘어느 부도덕한 여인의 증언’‘배비장전’‘굿나잇마더’‘콜렉터’ ‘백조의 노래’‘아일랜드’ 연출 및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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