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격서(聲東擊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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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과 더불어 중국 고대 병법을 집대성한 책이 삼십육계(三十六計)다. 서른여섯 가지의 많은 계책를 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삼십육계 줄행랑’이란 말은 ‘삼십육계’ 중 가장 마지막 전술인 ‘주위상(走爲上·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다)’을 한글식으로 잘못 발음한 것이다. 상황을 판단하여 안 되겠으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삼십육계는 군사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상과 철학을 담고 있어 오늘날 처세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즐겨 인용되고 있다. 예컨대 ‘아프더라도 살을 도려내라’는 고육계(苦肉計),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무중생유(無中生有), ‘금빛 매미는 자신의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만들어 진다’는 금선탈각(金蟬脫殼), ‘먼 나라와는 교유하고 가까이 있는 국가를 공략한다’는 원교근공(遠交近攻) 등이 있다.

또 ‘물을 혼탁하게 만들어 놓고 방향감각을 잃은 물고기를 잡는다’는 혼수모어(混水摸魚), ‘지붕으로 유인하여 사다리를 치워라’는 상옥추제(上屋抽梯),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반객위주(反客爲主) 등도 삼십육계에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도 삼십육계가 동원됐다. 한나라당이 피운 연막에 야당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선 FTA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비준안의 24일 본회의 처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다. 오후 3시쯤에야 황 원내대표가 “긴급상황이다. 지금 본회의장에 들어가 FTA를 처리하겠다”고 한 후 본회의장에 집단적으로 몰려 들어갔다. ‘동쪽에서 소리치고 서쪽을 공격한다’는 삼십육계의 6번째 계책인 성동격서(聲東擊西)를 응용한 작전을 펼친 것이다. 나중에야 민주당 의원들이 허둥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기자들이 “언제 알았느냐”고 묻자 “지금, 지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야 정치권은 FTA 처리 후 ‘유감’ ‘죄송’ ‘날치기’ ‘의원직 총사퇴’ 등의 입장을 밝혔다. 걸핏하면 하는 말로 신물이 날 지경이다. 성난 민심에 놀라 줄행랑을 치려는‘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1500쪽에 이르는 FTA 협정문을 제대로 검토한 의원들은 299명(정원) 중 몇이나 될까.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고동수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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