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당 4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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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진 때의 시인 도연명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는 낙원을 그렸다.

 

그곳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고, 하나같이 친절한 사람들이 여유로움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는 1516년 쓴 ‘유토피아(utopia)’라는 책에서 이상향을 묘사했다. 하루 노동시간은 6시간이고, 여가는 각자의 자유이나 대부분은 학문이나 음악 등으로 보내며 관용.평등.자유가 구현된 지상낙원으로 기술했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그리스어로 ‘ou(없다)’와 ‘topos(장소)’를 합친 말로 ‘어디에도 없는 곳’이란 뜻이다.

 

무릉도원 역시 다시 찾아가려다 실패하고 마는, 인간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그려진다.

 

▲핀란드에선 수업료는 물론 교재비,학습준비물까지 대부분의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한다. 무상급식은 기본이고 학교와 집이 5㎞ 이상 떨어진 경우 교통비도 대준다.

 

직업 교육도 공짜다.

 

형식적인 게 아니라 기술과 지식을 제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한 해 50여 만명씩 이수할 정도로 인기다. 사교육비도 거의 없다.

 

먹고 입는 비용만 들이면 되니 자식 키우기가 얼마나 수월하겠는가.

 

이 나라에선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외려 어색할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자녀 한명을 18세까지 키우는데 4억~4억5000만원이 든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엊그제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 콘퍼런스에서 밝힌 내용이다.

 

맞벌이 가구는 4억원을, 외벌이 가구는 4억5000만원을 쓴다고 한다.

 

외벌이 가구의 비용이 더 많은 이유는 자녀 양육에 보다 많은 시간을 쏟기에 그렇다.

 

가구당 평균 자산이 2억7268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자식 키우는데 그야말로 등이 휠 판이다.

 

정확한 양육노동의 가치를 산정해 현실에 맞는 보육정책이 나와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하다.

 

되레 국민을 세수확보를 위한 노동력 정도로만 인식해 통계로만 평가하는 저급성마저 드러내곤 한다.

 

지상낙원을 꿈꾸기 보다는 그저 이런저런 불만을 꾹 참고 열심히 일하며 사는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사람은 만들고 싶은 대로 찍어 나오는 붕어빵 기계가 아닌데도 말이다.
<함성중 편집부국장>
hams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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