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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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란 단어엔 늘 아쉬움이 묻어난다. 어떻게든 한 번 더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마지막 편지, 마지막 수업, 마지막 차편, 마지막 승부 등등. 그런가하면 대중가수 김수희가 부른 ‘너무합니다’의 가사에도 그 말이 먼저 나온다. “마지막 한 마디, 그 말은 나를 사랑한다고, 돌아올 당신은 아니지만, 진실을 말해줘요~”

영화 제목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가 떠오르고, 문학작품 중에는 ‘마지막 잎새’가 유명하다.

▲오 헨리(본명 윌리엄 시드니 포터·1862~1910)가 쓴 그 단편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삶의 의욕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젊은 여자를 위해 자신의 최고 걸작인 담쟁이 잎을 그리고 죽은 무명화가의 이야기다.

이 작품에는 폐렴에 걸린 화가 지망생 존시라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는 살려는 의지를 포기한 채 창밖의 잎만 헤아린다. 그를 간호해주는 친구에겐 저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지면 자신도 죽게 될 거라고 말하면서. 의사는 존시의 그런 생각이 그의 생명을 연장시킬 것으로 판단한다. 밤새도록 세찬 비와 거센 바람이 불어댄 다음 날, 존시는 창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담벼락에 담쟁이 잎새 하나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게 아닌가.

그것으로 희망을 가진 존시의 병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윗층에 사는 한 노인이 죽은 날, 친구는 활기를 되찾은 존시에게 말한다. “그 마지막 잎새는 윗층 노인이 그린 마지막 걸작이었네.”

▲11월의 끝자락이다. 곱게 물들었던 잎들이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며 끝내 마지막 잎새가 고개를 떨구었다. 오 헨리의 단편을 연상하며 누구라도‘마지막 잎새’의 그 애처로운 모습을 떠올릴 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면 그 자리엔 다시 싱그러운 잎새가 돋아날 것이다.

마지막 잎새가 처연하다기보다 그 빛깔이 더 곱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마지막이 아닌 또 다른 시작과 희망을 준비하는 것 같아서다.

계절의 변화와 삶의 모습은 그런 점에서 닮은꼴이다. 늘 무언가 다른 내일을 고대하는 게 인생 여정이 아닌가.

오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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