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신부
12월의 신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내년은 임진년(壬辰年) 용띠 해다. 10천간 중 검은색을 뜻하는 ‘임(壬)’과 12지지 중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결합해 6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흑룡(黑龍)띠 해다.

2007년 황금돼지띠 해와 2010년 백호랑이띠 해에 일었던 결혼과 출산붐이 내년에도 재현될 조짐이다. ‘흑’은 임금을 뜻한다. 신적인 존재인 용에 임금의 의미가 더해져 흑룡띠 해에 출산을 하면 좋다는 속설 때문이다.

12월의 신부가 늘고 있다. 60년 만에 찾아 온 흑룡띠 해에 출산을 서두르다보니 일정이 앞당겨진 것이다. 비수기인 12월 웨딩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여기에다 ‘윤달’이라는 복병도 있다. 내년 4, 5월에 윤달이 껴서 결혼식장 예약이 3월과 6월에 몰리는 바람에 예식장 잡기가 힘들다고 한다.

내년 4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가 윤달이다. 태음력을 기준으로 음력에서 생기는 오차를 보정하기 위한 달이 윤달이다.

양력에서는 1년이 365.25일이지만 음력으로는 1년이 354일밖에 안된다. 19년 만에 7번꼴로 윤달이 발생한다.

민간에서는 윤달을 여벌의 달이라 하여 귀신이 모르는 달로 여겼다. 때문에 혼사를 치를 때는 조상이 찾아오지 못할 것을 염려했다.

이로 인해 혼사를 윤달에 치르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다. 신랑, 신부는 물론 가족 모두에게 중요한 사건이다. 물론 좋은 날을 잡아 신중을 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조선 시대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에는 윤달이 결혼하기에 좋다고 기술됐지만 언제부터 윤달 결혼을 피했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막연히 세상사 돌아가는 이치로만 알 뿐이다.

옛사람들은 자작나무의 껍질로 초를 만들었다. 자작나무에는 기름기가 많아서다. 화촉(樺燭)이다.

여기서 혼례를 올리는 것을 비유해 ‘화촉을 밝힌다’라고 한다. 불을 붙으면 자작자작하고 타는 소리가 나 자작나무다. 12월에 화촉을 밝힐 신랑, 신부들에게 자작나무가 타 듯 흑룡띠 해에 대박이 나길 바란다.

김홍철 논설위원 hckim@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