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국정원 인사 사법처리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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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의 불법도청 인지여부가 최대 변수될 듯

안기부.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국민의 정부 시절 감청장비를 이용한 불법감청과 관련해 이번 주부터 최고 책임자급인 국정원 차장.원장 출신 인사들을 조사키로 하면서 이들의 사법처리 향배에 관심이 모아진다.

8월5일 국정원이 김대중 정부시절 휴대전화 등에 대한 불법감청이 이뤄졌음을 시인한 이후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약 두 달 간 불법감청의 증거들을 상당부분 확보했다.

검찰은 8월19일 초유의 국정원 압수수색에서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인 '카스'의 사용신청 내역을 확보했고, 전직 국정원 직원 자택에서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문일현 전 중앙일보 기자의 1999년 10월 전화통화를 담은 녹취테이프를 압수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증거를 바탕으로 전현직 실무자들을 집중 추궁해 2002년 11월 한나라당이 폭로한 도청의혹 문건들이 실제 국정원 작품이라는 자백을 받아내는 등 구체적인 불법감청의 방법 및 대상을 상당부분 파악한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이같은 불법행위를 지시하거나 방조한 상층 인사가 누구였는지를 규명하는 일이다.

검찰수사의 칼날이 국정원내 최고 책임자인 차장ㆍ원장을 겨눌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차장.원장급에 대한 조사는 결국 이 사건 관련 사법처리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상명하복'의 조직생리상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실무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은 검찰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수사과정에서 검찰과 국정원은 실무자들에게 '자백할 경우 선처한다'고 말한 것은 도청의 몸통을 찾아내기 위한 회유책이었다.

검찰은 이런 수사기법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지금까지 확보한 진술과 정황증거, 물증 등을 토대로 국정원 전직 수뇌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벌인다면 국가적 범죄인 불법감청의 최고 책임자를 추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사대상은 누구 =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이는 이종찬(1998.3~1999.5), 천용택(1999.5~1999.12), 임동원(1999.12~2001.3), 신건(2001.3~2003.4)씨 등 4명이고, 국내 담당 차장 출신은 원장까지 지낸 신건(1998.3~1999.6), 고 엄익준(1999.6~2000.4), 김은성(2000.4~2001.11), 이수일(2001.11~2003.4)씨 등 4명이다.

국정원이 발표한 감청장비 사용실태에 따르면 유선중계 통신망 감청장비 'R-2'는 1998년 5월부터 2002년 3월까지 사용됐고,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인 '카스'는 1999년 12월부터 2001년 4월까지 사용됐기에 이들 중 검찰 수사와 무관해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검찰은 실무자 조사를 통해 이들 중 일부가 불법감청을 승인하거나 묵인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공소시효상 사법처리 범위 안에 있는 인사들을 추려낸 것으로 추측된다.

우선 소환대상으로는 차장급 중에서 김은성씨, 원장급 중에서 천용택, 임동원, 신건씨 등이 손꼽힌다.

차장 재직 시절 국정원이 생산한 정치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씨는 1순위 소환대상.

또 카스, R-2 등 장비들이 활발하게 사용된 시기에 원장을 지낸 천용택, 임동원씨와 불법 감청장비를 폐기한 2002년 3월 당시 원장을 지낸 신건씨도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사법처리 전망 = 불법감청과 관련, 전직 국정원 차장ㆍ원장들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법 조문은 통신비밀보호법과 국정원직원법,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등이다.

불법감청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경우 2002년 3월 법 개정 전 공소시효가 5년 이어서 2000년 9월 이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

따라서 불법감청으로 취득한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행위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이종찬, 천용택씨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적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종찬, 천용택씨를 제외한 전직 국정원 차장ㆍ원장들은 일단 이 법에 따른 처벌의 사정권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직 원장ㆍ차장들은 검찰에서 불법감청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국정원 수뇌부가 불법감청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범의(犯意)를 검찰이 얼마나 입증할지에 달려 있다.

또 전직 원장ㆍ차장 중 누군가가 재직중 또는 퇴직 후 불법감청으로 수집된 정보를 누설한 사실이 있다면 공소시효 7년인 국정원직원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한편 '불법감청은 없다'던 전직 국정원장들의 국회발언이 사법처리 대상이 될지도 관심거리다.

천 전 원장은 R-2가 사용되던 1999년 9월 국회 정보위에서 "도청을 한 적이 없고, 국정원내에 독자적인 감청시설은 없다"고 답했고, 임 전 원장은 카스가 한창 사용되던 2000년 11월 국회 정보위에서 "현재 기술로는 휴대전화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증언했다.

또 불법 감청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진 신 전 원장도 도청문건 파문이 일던 2002년 11월 정보위 회의에서 "도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공소시효가 7년 이어서 국회의 고발이 있을 경우 전직 국정원장 3명이 처벌받을 여지가 있지만 그 또한 당사자들이 불법감청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모르고 한 발언이었다고 주장할 경우 범의 입증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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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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