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은 담화의 광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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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수 미국 일란(Elon)대 언론학 교수

격동하는 현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정치가들은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고개를 납작 엎드리면서 잘 모시겠다고 약속을 하지만 일단 유권자가 한번 모셔보라고 당선을 시켜주면 유권자는 뒷좌석에 팽개치고 사익 추구 또는 소속 정당의 이해타산에 따라 행동한다.

 

이처럼 정치제도가 삐꺽 거리는 것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새로운 정당, 정치세력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다.

 

과거에 유권자들은 선거철에 만 정치가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가 있었고 평상시에는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매체를 통해서 정치에 의견을 피동적으로 반영하는데 그쳤다. 이제는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이런 모델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경제생활에서 "소비자는 왕이다" 라는 대접을 받아 온 유권자들은 정치면에서도 같은 대접을 바라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며, 어떻게 사용되느냐는 그곳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슈에 대한 지식과 대화에 대한 태도에 달려있다. 다른 관점을 배우려고 하는 자세라면 담론과 소통의 장이 될 수 있고, 자신과 같은 생각 만을 접하려고 한다면 선동의 매개체로 전락할 것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통과된 후 각계 반응이 다르다. 어떤 이는 이제는 미국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차별 받지 않고 진출하여 힘을 마음껏 써 볼 기회가 될 것처럼 생각하고, 어떤 이는 좋은 세상이 다 끝나고 이제는 미국기업의 냉혹한 이윤추구 때문에 한국 산업이 거덜나고, 국민들의 삶이 더 빠듯해 질 뿐 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수행이 ISD(투자자 국가소송제) 에 의해서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이것은 망국의 조약이라고 부르고 있다.

 

필자 의견은, 총체적인 경제적 성장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본다. 대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아 질 것이고, 수출이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기업내지는 생산자의 체질이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고도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에서 고용의 급속한 증대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동시에 경쟁에서 지는 기업이나 산업은 약화내지는 사라짐으로써 실업자를 발생시킬 것이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AT&T(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핸드폰 통신회사 )와 T-mobile(네 번째로 큰 핸드폰 통신회사)가 연방정부로부터 반독과점 문제로 합병승인에 차질이 예상되자 합병을 포기했다.

 

한국에서 독과점을 막기 위해서나 또는 사회적 약자나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서 정부가 외국기업을 효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는 ISD때문에 의문이다.

 

한 사건이 모두에게 똑같이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한·미 FTA가 한국 전체에 단순하게 이익 또는 손해가 된다고 결정할 일이 아니라 한국 국민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되고, 어떤 손해가 되는지, 단기적인 관점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이익 보는 측과 손해 보는 측의 부의 재분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라지는 산업에서의 잉여 노동을 어떻게 재훈련시켜 부흥 또는 신생 산업으로 이동을 유도할 것인지를 논의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사회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이 성장이라면 수출을 통해서인지, 내수의 진작을 통해서 인지, 언제까지나 성장추구를 할 것인지, 성장과 경쟁 중심의 경제정책이 한국산업과 국민들에게 최선의 정책인지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 또한 분배중심 정책은 재정적자와 경제체질의 약화를 가져오는지 등도 모든 국민들이 충분히 논의한 후에 한·미 FTA에 대한 결정을 했어야 마땅하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는 짧은 의견을 달기는 적당하지만 심도 있는 논의를 다루기에는 부족하다.

 

천상 전통적인 대중매체인 신문이나 방송 또는 인터넷 매체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뤄 줌으로써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쌓고 더 많은 담론의 광장을 제공한다면 국민들을 거리의 광장으로 내모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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