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일부 민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민족이 지니고 있으며 그 용도도 다양해 굿이나 관혼상제와 같은 의례적 행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여러 경우에 두루 쓰이고 있다. 동양에서는 술은 ‘백약(百藥)의 장(長)’이라 해서 양약으로 여겼다. 이처럼 술은 건강을 유지하는 음료나 약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2700여 년 전 히포크라테스는 “술은 음료로써 가장 가치가 있고 약으로도 가장 맛이 있으며 음식중에 가장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방랑 시인 김삿갓은 ‘마셔도 마셔도 싫지 않아 또 마시고 마시고(飮飮不厭更飮飮) 안 마신다 안 마신다 하면서도 또 마시고 마시는(不飮不飮更飮飮)것이 술’이라 했다.
두보(杜甫)가 음주팔선가(飮酒八仙歌)에서 노래한 이백(李白) 등 음주 팔선은 시선(詩仙), 시성(詩聖)이지만 주성(酒聖)으로도 꼽혔다. 그런데 성인 성(聖)자는 놀랍게도 ‘맑은 술 성’자이기도 하다. 그러니 성인은 ‘맑은 술을 즐기는 사람’이다.
▲1921년 현진건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에는 술에 절어 사는 남편을 보고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며 아내가 독백하는 장면이 나온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아홉 번이나 바뀐 지금은 폭탄주까지 가세한 술문화가 한창이다. 애주(愛酒), 호주(豪酒) 여부와 상관없이 웬만한 술자리에서 폭탄주 몇 순배쯤은 거의 상식에 속한다.
술은 일상생활에서 인간관계를 긴밀하게 해주는 윤활유 구실을 하지만 ‘백독(百毒)의 두령’이라고 하듯 폐해 또한 적지 않다. 적당한 음주는 동맥경화와 심장발작, 뇌졸중 위험을 줄이고 식욕증진, 소화능력 향상, 스트레스 해소 등에도 적잖이 기여한다고 한다.
술자리가 많아지는 12월이다. 망년회도 곳곳에서 열린다. 이래서 한잔, 저래서 한잔 너도 나도 권커니 잣커니 하다 보면 사람이 술을 먹다 술이 사람 먹는다. 건강을 생각해 술을 적당히 마시자.
고경업 편집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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