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부 될 뻔한 입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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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 국회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참으로 통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잖아도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날치기 통과니, 무더기 통과니, 혹은 통법부니 하면서 국민들에게서 강한 비판을 받아 온 국회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족수 미달에도 불구하고 45건의 법안을 불법으로 얼렁뚱땅 통과시켰다가 다시 한 번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국회가 오늘 본회의를 열어 문제의 법안들을 재심의, 의결키로 했다니 다행이다. 하마터면 입법부가 위법부(違法府)로 전락할 뻔했다.

법안 의결정족수는 엄연히 헌법과 국회법이 규정해 놓고 있다.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따라서 국회가 법안을 합법적으로 통과시키려면 현재의 재적의원 272명의 과반수가 되는 137명 이상이 출석해서 출석의원 과반수인 69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럼에도 각종 민생법안 45건을 의결정족수에 크게 못미친 70~100명의 의원만으로 일단 통과시켰으니 이는 과거 자유당 정권 때의 사사오입(四捨五入) 헌법 개정과 맞먹는 욕된 기록이 될 뻔했다.

비록 재심의결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요 며칠 사이 국회 일부 간부들이 늘어놓은 억지 변명들은 한심스러울 정도였다. 한 국회 고위간부는 불법 통과된 법안과 관련,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국회 의사국 간부의 얘기도 엉뚱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재의결 할 경우 법적.정치적 파장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재의결은 할 수 없다”는 말로 앞으로 전개될 사태를 거꾸로 잘못 읽고 있었다. 도리어 재의결을 하지 않을 때 찾아올 법적, 정치적 파장이야말로 몇 배 더 클 것임을 모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당 총무의 얘기에 이르러서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본회의장 근처 복도 등에 있는 의원들도 관행상 출석한 것으로 간주해 왔으므로 무효가 아니라는 논리였다. 집에 있는 의원들까지 정족수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어떻든 국회가 오늘 본회의를 열어 문제의 법안들을 재심의 의결키로 함으로써 그간에 실추된 신용을 다소나마 만회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이 국회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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