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돛
바람과 돛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 ‘한 척의 배는 동쪽으로, 다른 한척은 서쪽으로 항해하네. 바람은 같은 방향에서 불어오지만 항해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돛이라네.’

20세기초 필명을 날린 여류시인 엘라 휠러 윌콕스의 시의 한 구절이다.

그는 운명의 길은 바닷바람과 같다고 했다.

따라서 인생(목표)을 결정하는 것은 평온한 바다나 바람이 아니라 ‘개개인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개인을 넘어 국가와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로 ‘윌콕스의 룰’이 적용된다.

역사에서 보듯 많은 왕조와 국가는 국내외의 난관을 해결하는 역량에 따라 제각각 흥망성쇠의 길을 걸었다.

◇ 최근 세계적인 정치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이 한국보고서를 내고 한국을 사실상 방향타를 잃은 배로 비유했다.

참여정부의 정치력 부족과 고위험 전술로 정치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이 꼬집은 참여정부의 문제점은 크게 다섯가지였다.

측근 비리로 대통령의 부패척결 정책이 무력화됐고, 연정 등 국민과 동떨어진 정치의제로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했으며,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또 전문성이 결여된 정부 운영으로 정책 수립에 어려움이 많고, 여당도 심각한 내부갈등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에 일본식 장기 불황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는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하나의 잣대로 활용될 예정이어서 우리로선 우려스럽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 제주는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유라시아그룹이 지적한 국내 사정에다, 엄청난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제주 내부사정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행정계층구조 개편과 교육 의료 노동 개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인 제주내부의 악재다.

이들 문제는 제각각의 방향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을 중심으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로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제주서 부는 바람은 윌콕스의 ‘한 곳에서 부는 바람’이 아니다. 사방팔방에서 몰아치고 있다.

그래서인가. 방향타를 잃은 게 분명하다. 일단 일의 진행상황이 명쾌하지 않다. 한 예로 도의원 선거를 비롯한 내년 지방선거는 어떠한 틀에서 어떻게 치러지는지, 특별자치도 법안은 연내 처리될 것인지 등 모두가 안개속이다.

지금 제주는 바람은 거세게 불지만 이를 제어하고 방향을 잡을 돛은 없다.

총체적으로 리더십이 부재한 탓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