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의 첫눈 오는 날이다. 그의 시처럼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그야말로 설렘, 그 자체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김용택의 또 다른 첫눈이다. 첫눈이 내리면 그리운 사람 한둘 쯤은 떠오를 것 같은 초겨울이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대설(大雪)이다. 소설 뒤 대설을 놓은 것은 동지를 앞에 두고 눈다운 눈이 이때쯤 내리기 때문이다. 하긴 이달 초 강원도에는 대설주의보까지 발령하는 폭설이 내렸다. 제주만 해도 지난달 24일 한라산에 첫눈이 내렸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동네나 시가지에는 아직 첫눈은 내리지 않았다.
첫눈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해당 지방기상청 관측소에 눈에 내려야 한다고 한다. 제주의 경우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고산, 성산 등 4개 기상대에서 관측자가 첫눈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아무려면 어떤가. 메마른 손등을 적시면 그만이다.
▲제주에서도 첫눈이 멀지 않았다. 이르면 내일(8일)부터 기온이 떨어져 예년보다 일주일 앞선 첫눈이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들고/ 허공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곽재구의 첫눈이다.
어린아이의 여린 덧니가 빠져 하늘에서 싸락싸락 뿌려지는 것도 첫눈이고, 저문 날 설핏설핏 내리는 것도 첫눈이다. 이제 제주 곳곳에 첫눈이 내릴 것이다. 누군가는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왕에 내릴 첫눈이면 푸짐한 함박눈이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지치고 힘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듬뿍 내려 포근히 쌓였으면. 첫눈은 가까이에 있다.
김홍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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