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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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自治)! 남에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통치한다! 기분 좋은 일이다.

몇 년 전에 어떤 가수가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가요를 불렀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그게 ‘뭐든지 제 맘대로 할 것이라는 선언’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용돈 타 쓰는 주제에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 자기 멋대로 하겠다고 하는 것은 뭔가 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부모의 입장에서 장성한 자녀가 혼인을 하면 독립시키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자녀가 경제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독립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가해서 잘 살라는 뜻이 아니라 나가 죽으라는 뜻이다.

자치는 기분대로 선택할 일은 아니다.

중앙정부가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지방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일할 때의 문제점이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의 세세한 사정을 정책이나 예산배분에 고려해 넣기가 어렵다. 결국 인구비례 또는 면적비례로 예산을 나누고 특별히 문제가 되는 몇 개를 따로 넣어주는 방식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비효율이 발생한다. 지방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에 맞게 배분하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지방자치의 필요성은 여기서 나온다.

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 행정과 예산집행이 이루어지면 중앙부처는 할 일이 너무 많다. 또 지방부서는 정책기능은 필요가 없고 집행기능만 담당하면 된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많은 권한을 가지는 것에 비례해서 업무가 과중해진다. 한쪽 공무원은 일이 너무 많고 한쪽 공무원은 일이 너무 없다. 일이 없으면 쓸데없는 일을 만든다. 정책수립이라는 기능이 요구되지 않는다면 집행기능에 있어서는 능력의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가장 중요한 공무원의 덕목이 상관에 대한 충성도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지방자치의 성공여부는 3가지 측정지표가 있다.

첫째, 정부의 효율성이 증대되어야 한다. 지역특성에 맞는 전문화된 행정을 이제는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권한과 의무를 모두 가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어떤 부문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할지라도 예산권이 없었기 때문에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어야만 예산을 투자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또 중앙정부에 의존하던 정책들도 이제는 지방정부가 맡아서 일관되게 집행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행정의 효율성이 늘어날 것이다.

둘째, 민주화가 증진되어야 한다. 지방정부가 직접 권한과 지역사정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한다면, 민의를 반영하기가 쉬워져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가 증대되어야 한다. NGO로 집행되는 예산이 단순히 증가되거나 지방호족만이 재미를 보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셋째, 지역의 부가 늘어나야 한다. 지방정부가 지역사정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예산을 배정하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그 지방이 더 잘살 수 있는 방향으로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방의 부는 당연히 늘어난다. 지방정부가 지방호족들에게 예산을 배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들만의 부가 늘어날 뿐, 지역전체의 부는 늘어나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후, 지역의 부가 늘었는지 줄었는지는 지방자치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손쉬운 잣대가 된다.

지방자치의 가장 어려운 점은 ‘지방호족의 발호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집행기능만 수행해온 공무원들을 어떻게 움직이고 교육을 시켜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 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는, 기관장과 지방의회의 의원님들은 환영하고 일반 지방 공무원들은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권한이 늘어나는 것은 기관장이고 의무가 늘어나는 것은 공무원이다. 지방자치가 되면 자치에 대한 책임을 지방정부가 져야만 한다.

자치(自治)! 스스로 통치하게 되었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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