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감귤원, 죽은 감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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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감귤원도 있고 죽은 감귤원도 있다. 흙 속에 미생물이 살고 지렁이가 살고 감귤원의 생태계가 살아 움직인다면 산 감귤원이다.

살아 있는 감귤원은 숨을 쉰다. 흙 속의 미생물과 지렁이와 온갖 생물들이 숨을 쉬기 때문이다. 반대로 죽은 감귤원은 숨을 쉬지 않는다. 흙은 사람과 달라서 어디가 아픈지 물어볼 수가 없다.

산 감귤원에는 잡초(풀)가 자란다. 죽은 감귤원에는 잡초가 없다. 잡초가 없으면 흙이 조금씩 깎여 나간다. 수 만년 동안 자연이 만들어준 비옥한 표토들이 조금씩 도둑맞는 것이다. 흙과 함께 지렁이도 사라진다. 지렁이가 사라지면 지렁이가 만드는 비옥한 흙도 사라진다.

감귤원에 잡초가 있으면 감귤나무에 손해가 될까봐 걱정하는 농민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걱정이다.

감귤나무와 잡초는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서로 도우면서 산다. 감귤나무의 뿌리는 강하기 때문에 잡초보다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 힘이 훨씬 강하다. 가을이 되면서 죽은 잡초의 유기물은 감귤나무에 더없이 좋은 양분이 된다.

맛을 좋게 하려면 감귤원에 잡초가 자라야 한다. 감귤의 맛은 8 - 10월에 토양수분 함량이 적당하게 적어야 한다. 잡초가 자라면 마치 하우스 재배에서 단수와 타이팩을 멀칭하는 효과와 같다. 그래서 잡초가 자라는 감귤원의 감귤은 맛이 좋다.

감귤원의 흙 도둑놈을 막으려면 잡초가 자라야 한다. 제초제를 뿌린 감귤원 토양은 비가 많이 오면 올수록 씻겨 나가는 토양의 양은 많아진다. 난지농업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초제를 사용하는 감귤원의 흙은 풀이 자라는 감귤원에 비해 씻겨나가는 흙이 무려 다섯 배가 넘는다. 그래서 감귤원에 잡초가 없어지면 ‘흙 도둑놈’이 생기는 것과 같다. 20년 넘게 청경재배를 했다면 20년 동안 감귤원에 흙 도둑놈을 둔 셈이다.

미생물과 지렁이가 사는 감귤원을 만들려면 잡초가 자라게 해야 한다. 토양이 오염되면 지렁이는 죽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건강한 토양에는 지렁이가 몰려든다. 풀이 자라지 않는 토양에는 지렁이가 살지 않는다. 그만큼 토양이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이다. 지렁이가 내놓는 배설물(분변토)은 흙을 건강하게 하고 미생물이 잘 자라고 적당한 양분의 균형을 이루어준다.

농약에 의한 지하수 오염을 막으려면 제초제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전세계에서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대표적인 농약이 바로 제초제이다. 제초제는 아주 신속하게 이동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제초제를 뿌리는 농민에게도 해롭다. 피부에 닿자마자 흡수되어 온몸에 퍼져 간과 같은 중요한 장기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감귤원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잡초가 자라고 미생물이 살고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흙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죽은 감귤원을 만드는 것도 간단하다. 제초제를 뿌려 풀을 없애면 미생물도 줄어들고 지렁이도 죽어가고 맛도 없어지고 서서히 숨을 쉬지 않는 죽은 감귤원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풀이 자라는 감귤원은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어 간다. 감귤나무에 좋은 토양을 만들고 자연 복원력을 높여주며 소비자가 좋아하는 감귤을 생산하는데 도움이 된다.

풀이 자라는 감귤원은 소비자에게 자랑거리이다. 마치 살아 있는 자연 생태계에서 감귤이 나무에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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