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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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동료이며 삼십년 지기(知己)인 그가 얼마 전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음을 담아 축하를 보낸다.

어느덧 지천명을 바라보게 된 내 주위에 좋아하는 3-40년 지기가 몇 있다. 중앙부처의 차관 비서관을 지낸 J사무관, 수준급 아마추어 골퍼이며 석사학위를 세 개나 취득한 건축사 K, 고향에서 이장으로 봉사하며 만여 평의 감귤농사를 짓는 태흥리의 Y, 지역모일간지의 K 편집국장, 또 다른 일간지의 K실장, S농산의 J사장, 제주대학교의 K교수, 이들의 공통적인 특장(特長)으로 외유내강의 성품, 성실성과 책임감 그리고 부단한 노력을 꼽을 수 있다. 또 이들은 한결같이 열정적이고 소중하게 자신의 삶을 가꾸어 왔다.

이번 박사 학위를 받은 그 또한 예외가 아니다. 조그만 섬 소년으로 자란 그가 고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제주에 왔을 때 그는 낯선 곳에서의 생존방식의 하나로 책임감과 성실성을 몸에 익히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과묵하면서도 책임감이 강하고, 무섭게 학업에 열중하면서도원칙에 철저했던 그의 모습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금도 변함이 없다.

거의 20년을 같은 직장에서 생활하며 나는 아직 그의 게으름을 본적이 없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심지어 여가시간에서까지도….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익힌 수영, 배드민턴, 마라톤, 테니스 실력이 모두 수준 급이다. 공휴일이나 일요일에도 그는 출근하지 않는 날이 없다. 학교를 한바퀴 둘러보아야만 안심이 된다는 것이 그의 출근 이유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원칙을 저버리거나 임기응변 식으로 처리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의 책임에 철저하다.

어느 해 겨울방학, 밤새 폭설이 내렸다. 시골에서는 차는 물론 사람이 다니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른 새벽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같이 걸어서 학교에 가보자는 것이다. 몹시 춥고 내키지 않았지만 ‘학교 걱정’을 앞세우는 그의 말에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도중에 ‘황새왓’ 언덕길에서 미끄러진 그는 허리를 다쳐 며칠 간 병원을 나들어야 했다.

또 한번은 신정 연휴에 가족을 동반하여 배를 타고 그의 고향인 추자섬을 찾은 적이 있다. 아마 십 년쯤 전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튿날 폭풍주의보가 내리면서 여객선이 끊기고 말았다. 무려 일주일간을 섬 속에 갇히고 말았는데 사흘째 되던 날 그는 홀로 제주로 가는 어선이 한 척 있다며 그것을 타고 성난 파도 으르렁거리는 바다로 나서는 것이었다. 물론 학교가 걱정된다며….

그런 그가 늦게나마(?) 공부를 하고 싶다며 야간 대학원에 적을 두더니 석사학위를 받았고, 또 몇 년간 각고의 노력을 쏟은 끝에 드디어 소망하던 자신과의 약속을 이루어냈다. 겨울철이면 간혹 그와 새벽 한라산을 오르곤 했는데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던 그의 의지가 결국 또 하나의 봉우리를 정복해낸 것이다.

늦으막에 본 막내 때문에 돌아가실 때까지 걱정하셨다던 그의 어머님도 이제는 작은 섬 모퉁이의 바닷바람 차가운 언덕에서 편안한 미소를 짓고 계시리라 생각해 본다.

그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그의 아내에게도 축하를 보낸다.

앞으로도 그의 인생이 더욱 치열하고 아름다운 것이길 기원한다.

<제주상업고등학교 교사 최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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