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과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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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연중에 세계화는 바짝 우리 곁에 와 있다.

한 예로 정치 문화 등 전통적인 구분선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두터운 보호막 아래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해 온 개별 시장은 점점 위축되고 있고, 그 자리에 정보화 등을 매개로 한,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단일시장이 들어서고 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세계인의 입맛도 비슷해지고 있다.

우리의 김치가 세계인의 음식으로 점차 부각되고 있듯이 치즈와 햄버거, 피자는 이미 우리의 친숙한 먹거리로 자리매김했다.

◇ 냉전시대의 선택은 이분법적이었다. 친구가 아니면 적이라는 개념으로 세상사를 풀어썼다. 이러한 흑백논리는 우리의 사고를 어쩌면 편하게 했다.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면 됐기 때문이다.

반면 다양성은 말살되고, 그와 더불어 창의성, 개성 또한 설 자리를 잃었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를 맞아 다양성은 확대됐다. 다만 그 다양성은 ‘효율성’ ‘경쟁력’이라는 잣대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친구와 적’의 개념은 ‘모두가 경쟁자’라는 개념으로 둔갑하고 있다.

경쟁력이 있으면 살아남고, 없으면 사라지는 그런 세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 제주 감귤도 세계화의 진통을 겪고 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수입산 과일이 제주 감귤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아니다. 경쟁 과일이 많아진 것은 분명 악재이나, 이로 인해 소비자의 입맛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가락동 도매시장의 상인들은 이 점을 꿰뚫고 있었다.(본지 20일자 1면 보도)

그들은 “소비자들에게 애국심을 기대하지 말 것”과 “맛이 기대에 못 미치면 곧바로 시장에서 퇴출될 것”임을 경고했다.

또한 “생산은 독점이 가능하나, 단일시장에서 소비는 독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렇다면 제주감귤의 살 길은 하나뿐이다. 1등만이 살아남는 세계화에 적응하는 것이 그 길이다. 최고가 되기 위해선 품질관리에서부터 유통관리에 이르기까지 역시 최고가 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이 있다. 소프트웨어 부문이다. 제주 감귤을 둘러싼 많은 얘깃거리가 있었으면 한다. 생산과정에 소비자를 참여시키거나(체험 및 청정 이미지 강화), 감귤의 색다른 이미지(각종 효과분석, 감귤문화 등)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소비자는 제주 감귤만을 사서 먹는 것이 아니다. 감귤로 상징되는 제주의 문화를 공유하게 된다.

제주감귤도 가꾸기에 따라서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1등은 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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