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며, 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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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며, 참으며 살아가야 하는 게 이 시대 민초들의 숙명인가 보다. 지지난주도 놀랐고 지난주도 놀랐으며 그제도, 어제도, 또 오늘도 놀랐다.

서울지검에서 피의자가 고문 끝에 사망하고 그로 인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물러났으니 놀라운 일이다. 입법부인 국회에서는 헌법과 국회법을 어겨 의결정족수 미달임에도 47개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4~5일이 지난 뒤에야 재의결하는 사상 초유의 일도 우리를 놀라게 했다.

중국에 있는 이 나라 외교관들이 돈을 받고 비자를 발급해 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도 그렇거니와 더구나 홍콩 등 동남아 3개국 주재 한국 영사관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첩보가 있어 수사 중이라니 놀라운 중에 더욱 놀랍다.

노동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보험심의관과 보험정책과장이 내년도 산재보험기금 요율 9% 인하방침을 결정하면서도 막상 장관에게는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가 직위해제를 당했다. 놀라기에 앞서 믿어지지가 않는다.

행정자치부가 공무원들의 집단 연가 투쟁에 책임을 물어 591명을 징계토록 요구한 것도 놀라운 일이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수능시험 다음날 성적 부진을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재수생의 얘기는 놀라움에 앞서 마음을 아프게 한다.

부작용투성이인 수능시험이라면 차라리 이를 폐지, 대입시험을 대학 자율에 맡기던 과거로 되돌아가면 안될까.

대선을 앞둔 일부 정치인들의 갈대와 같은 흔들림도 놀라움을 지나 감탄스럽다. 아무리 정치에는 적과 동지가 없다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어제의 동지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것은 정치인의 금도(襟度)가 아니다. 구차한 변명만이라도 삼갔으면 싶다.

선량한 국민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 것은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뿐이 아니다. 연년이 계속되고 있다. 저 유명한 사상 최대의 박노항 병무비리 사건이 그랬고, 국가 부도위기에 몰렸던 IMF관리체제도 그랬다.

2대에 걸친 대통령의 구속사태와 2대에 걸친 대통령 아들들의 구속사태도 잊어버리고 싶지만 잊어버릴 수 없는 일들이다. 전-현직 장관도 얼마마한 수가 법망에 걸렸던가.

그렇다고 자 어쩔 것인가. 그래도 조국인데 이민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앞으로도 계속 놀라며, 참으며 살아가자. 그러다보면 놀라는 데 만성이 되어 심드렁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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