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잠겼는데/ 추풍에 물든 단풍 봄꽃도곤 더 좋아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하여 뫼빛을 꾸며 내도다”
남파 김천택의 단풍을 노래한 시조다.
서리철 단풍잎은 음력 2월의 꽃보다도 더 붉다고 했 듯 한라산은 지금 눈부신 빨강, 주황, 노랑의 ‘색잔치’로 오색의 빛깔을 자아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단풍나무과 식물이 다섯 종이 있다고 한다. 잎 둘레가 갈라진 작은 잎이 11개인 것은 섬단풍, 9개는 당단풍, 7개가 단풍, 5개가 고로쇠, 3개가 신나무다. 이 중에서 당단풍이 가장 붉은 색을 띤다.
단풍의 색깔을 결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다. 식물학자들에 따르면 카로틴은 잎사귀를 당근같이 붉고 누르스름한 색을 내게 하고, 크산토필은 은행잎처럼 노랗게 만드는 색소다.
또 화청소는 세포가 산성이면 빨간색을, 알칼리성이면 파란색을 내게 한다.
그리고 세포에 당분이 많을수록 화청소와 당과 결합해 단풍색깔이 훨씬 더 맑고 밝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늦다는 늦단풍으로 대미를 장식할 한라산 단풍의 절정기를 맞는 이번 주말은 등반객의 수도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고 했다.
단풍이 만개하고 난 다음 낙엽들이 무성할 것이다. 낙엽은 뿌리에서 생겨난 것이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가을철 나무들이 잎을 단풍으로 물들이고 낙엽을 떨구는 것은 겨울을 나기위한 어쩔 수 없는 이치다. 흙으로 돌아간 낙엽들이 다시 나무의 양분이 되고, 나무는 또 다시 따뜻한 봄을 기다릴 것이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고 노래한 조병화 시인도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서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귀를 기웃거리고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초조해 했다.
낙엽을 보며 쓸쓸함이 더 했을 그를 떠올리며 이번 주말 단풍을 바라보며 세삼 느껴 보아야 할 가을날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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