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갖고 있던 무엇을 잃을 때 몹시 아쉬워한다. 비록 그것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잃은 순간 매우 소중했던 것으로 인식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반응에 주목했다. 어떤 대상에 대한 이용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수록 인간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연관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이를 명쾌하게 정리한 이론이 ‘브렘의 심리적 저항이론’이다. 브렘은 “이미 누리고 있는 자유가 상실된다는 사실에 인간은 괴로워하고, 그 특권을 찾기 위해 행동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금주법이 시행된 곳에서 술 암거래가 성행하는 것이나,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가 미성년자의 눈길을 끄는 것 등이 심리적 저항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 이론에 따르면 세살바기의 반항은 ‘이유있는 반항’이다. 독립적인 인격체로 첫 눈을 뜰 때이고, 이와 동시에 부모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강렬해 ‘청개구리’가 된다.
◇ 브렘의 이론은 우리 생활주변에서 쉽게 접한다. 부모와 자녀간 세대차나, 성매매특별법 제정때 나타난 일부 사회적 반발도 이에 속한다. 요즘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강정구 교수 파문도 ‘심리적 저항이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따른 검찰의 반발, 야당의 구국운동 등도 ‘누리던 자유에 대한 박탈감’ 또는 ‘무엇인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고집스런 행보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혼란은 ‘심리적 저항’에서 비롯된 행위를 소화하지 못하는 시스템 부재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성숙하지 못한 사회라는 얘기다. 세살바기의 반항 치유법은 부모의 일관된 행동이라고 한다. 즉, 원칙이다. 우리사회의 혼란 수습책도 원칙이라 할 수 있다. 달리말해 원칙이 무너져 국가와 사회가 혼란스러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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