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총수의 4.3평화공원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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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경찰청장이 그제 4.3사건 당시 희생당한 2만여명의 영령들이 위패가 안치돼 있는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우리나라 경찰총수로는 처음이다.

허 청장은 “4.3 당시 무고한 희생을 당하신 양민들과 순직 경찰관의 영령들께 삼가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 한다”며 “불행했던 과거사의 아픔을 도민과 함께 하고자 왔다”고 밝혔다.

경찰이 4.3 당시 군(軍)과 함께 사건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는 점에서 허 청장의 참배는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날 경찰총수의 4.3평화공원 참배에 대해 순수하게 환영하는 분위기와 과거사 청산에 대한 미덥지 못한 시선이 동시에 교차하는 것 같다.

허 청장은 “평화공원 참배는 사과의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4.3 당시 남로당 무장대와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양민과 경찰이 순직했다”면서 “그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불행했던 과거를 털고 앞으로 미래를 위해 나가고자 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과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사과로 (대신) 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는 허 청장의 이 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싶고, 지난날 무장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이 희생된 일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환영한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과오를 시인하고 반성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그것은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허 청장의 4.3평화공원 참배는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허 청장의 이번 참배를 두고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즉 공식적인 직접 사과도 없었거니와 양민희생에 관련한 과오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지적들로 참배의 취지가 흐려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허 청장이 후속행동을 통해 미흡한 점들을 채워갈 것으로 기대한다.

4.3과 관련된 자료는 무엇이든지 공개하겠다고 한 그의 말을 믿는다.

허 청장의 이번 참배가 4.3과 관련된 모든 개인과 집단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이 없으면 내일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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