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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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알 김치파동으로 코피가 터진 중국과 이마가 깨진 한국이 서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보는 세계는 한마디로 거의 ‘포복절도(抱腹絶倒)’ 수준이다.

이제 한국과 중국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참가국들 사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에 ‘김치’가 효과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얼굴이 발개질 형편이다.

최근 미국 언론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관심을 높인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미국 신문들이 기사 말미에 ‘기생충 알...’ 하고 있으니 이를 보는 재미동포들이 부끄러워할 수밖에.

▲나이 든 세대들은 어려서 빈속에 기생충 구충제를 먹고 하늘이 노래졌던 걸 기억한다.

교실에서 줄지어 나가 먹던 하얀 알약은 주로 ‘산토닌’ 이었다.

쑥의 일종인 시나쑥(일명 산토니카) 종자에서 추출한다는 것으로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을 유발했는데도 싼값에 효과가 있었는지 오랫동안 널리 쓰였다.

봄 가을 대변검사도 연례행사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1960년대까지 '거위 거시‘로 불리던 회충 때문에 배가 불록 나온 채 흙을 집어먹는 아이들이 수두룩했고, 간디스토마 폐디스토마 촌충 요충 감염자도 엄청났다.

▲기생충 퇴치가 본격화한 것은 1964년 한국 기생충박멸협회가 창립되면서 부터다.

1966년에는 기생충예방법이 제정됐다.

이런 노력에 인분비료 사용이 줄고 환경도 개선되면서 1981년 41.1%이던 기생충 감염률은 1986년 12.9%로 뚝 떨어졌다.

1971년까지는 우리나라 기생충 감염률은 80%가 넘었다.

1995년에 이르러 대변 집단검사가 중단됐고, 1996년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면서 기생충 감염률 감소를 ‘삶의 질’ 향상의 사례로 전 세계에 자랑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생충 감염률은 1997년까지 2.4%까지 떨어지다가 반전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의대의 보고에 의하면 기생충 감염률이 무려 8%에 이른다는 것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포유동물의 수컷이 암컷에 비해 수명이 짧은 건 기생충에 더 많이 감염되기 때문이라는 보고다.

서울대 의대의 조사결과도 남자의 감염률이 여자의 2배로 나타났다고 한다.

어린 시절 ‘산토닌’의 추억이 아른아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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