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파고를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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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양돈 피해 우려...경쟁력 확보 위한 철저한 준비 필요
올해 제주경제에 밀려 들 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는 FAT에 지역산업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움츠려들면 감귤과 축산 등 주력 산업이 도태될 것이 자명하다.

임진년 새해는 FAT 급물살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될지 차분히 점검해야 할 중요한 해로 꼽히고 있다. 제주경제의 기둥인 감귤과 축산을 중심으로 FTA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감귤 VS 오렌지=한국은행 제주본부(본부장 박성준)가 발표한 ‘한·미 FTA가 제주경제에 미치는 양향’을 보면 감귤은 1~5년차 기간 중 연평균 461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2010년산 감귤 조수입 6685억원의 6.9%에 해당된다.

그러나 감귤은 오렌지에 비해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고, 당도 등 품질도 뛰어나 현재 저가 수입 오렌지보다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만큼 당분간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오렌지 대공세다. 지난해 9월말까지 오렌지 수입은 16만t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로, 미국산이 95%를 점유했다.

FTA 발효 첫 해부터 오렌지 2500t이 무관세로 들어오고 현행 50%인 관세도 30%로 하향 조정되면서 물량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감귤과 경합 관계에 있는 포도 등의 과일류 수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제주 감귤은 생존 경쟁에 나서야할 상황이다.

이에 맞선 감귤의 반격은 어떤가? 감귤나무 중 25년생 이상 비율이 72%가 넘고 조생종 온주밀감 비율이 90%로 획일화된 게 현실이다.

농촌진흥청 감귤시험장 현재욱 연구관은 “90%가 조생종 위주로 이뤄진 생산체계를 수확시기가 다른 만감류와 적절하게 조화시켜 유연한 시장 대응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연구관은 “노목의 갱신주기를 이용해 규모화, 단지화, 품질 차별화로 다양한 생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력추적제를 적용해 품질에 대한 정보 제공 △핵가족화에 대응한 포장 다양화 △당도·크기에 기준한 선별로 안전과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문경영인이 상주하는 기업 수준의 조합을 설립해 위탁판매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확 이후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감귤 400t을 미국에 수출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또한 지난해 12월 농수산물유통공사 제주지사(지사장 황성하) 등이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및 캐나다 밴쿠버, 캘거리에서 제주 농수산식품 홍보 판촉행사를 실시한 결과 현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판촉행사 동안 감귤 18만달러, 건조감귤 1만5000달러 어치를 현장에서 판매했으며, 이와 별도로 감귤 36만2000달러, 건조감귤 가공제품 7만1200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제주산 감귤은 미주시장에서 품질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저가 중국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극복이 어려워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추세였지만, 이번 판촉 행사를 통해 시장 확대 가능성을 확인한 기회가 됐다.

감귤산업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 수출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할 경우 제주 감귤은 장기적으로 미국 썬키스트와 뉴질랜드 제스프리 등과 같은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산 돼지고기의 향방은=농림부의 자료를 토대로 제주특별자치도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향후 15년간 도내 축산물 생산액 감소 추정액은 △소 330억원 △돼지 1350억원 △닭 73억원 △낙농 60억원 등이다.
추정치이지만 돼지가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돼지고기인 경우 1~5년차 기간 중 연평균 50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0년 기준 양돈 조수입 3018억원의 1.7%에 해당된다.

물론 제주산 돼지고기는 청정이미지로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 당분간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삼겹살에 있다.

고권진 대한양돈협회 제주도협의회장은 “미국산 돼지고기는 유통과정에서 육질이 제주산에 비해 훨씬 떨어져 비교할 대상이 아니지만, 삼겹살을 무기로 싼 단가에 대량 물량 공세에 나서면 양돈농가는 견뎌내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우리나라 돼지고기 시장은 삼겹살인 시장”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미국은 등심과 안심 등 살코기를 선호하면서 비선호 부위인 미국산 삼겹살이 밀려 올 경우 도내 양돈농가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냉장 삼겹살 및 기타 부위(갈비·목살 등)의 관세(22.5%)는 10년 내 철폐되면서 제주산 돼지고기의 운명은 안개 속을 걷는 형국이다.

이에 맞서 제주특별자치도는 돼지고기의 품질과 안정성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FTA기금을 활용한 축사시설 개선에 이어 소모성 질병 최소화와 사양기술 표준화 등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제주재래 흑돼지를 활용해 생산된 돼지고기는 이미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어 ‘품질’은 인정받은 상태여서 고품질 유지가 FTA 극복의 열쇠가 됐다.

서울 강남 맛집의 미식가들을 평정한 제주산 흑돼지는 미국산에 맞설 가장 확실한 무기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고급육을 생산할 경우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제주 양돈의 브랜드 가치와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동시에 양돈산업 최대 현안인 냄새 문제와 가축분뇨를 확실히 처리해 건강과 환경, 식품 안전에 대해 모두가 노력하면 FTA 파고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FTA를 이겨낼 감귤의 변신>

감귤은 먹는 용도 외에 생활용품, 살충·살균제의 원료, 방향제, 사료 등 다양한 용도로 끊임없이 변신 중이다. 즉, 산업소재로써 감귤이 각광을 받으면서 FAT에 대응할 시장 세분화가 요구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감귤시험장 현재욱 연구관이 제시한 시장 세분화는 주스용, 생과용, 산업소재용, 건강기능성 식품용, 향장품 등 다양하다.

사례를 제시하면 감귤 과피에는 발모를 촉진하고 비듬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일본 감귤연구소에서 2001년 개발한 감귤추출액 혼합 발모제는 천연 추출물을 이용해 거부감과 부작용이 없어 일본에서 3년 연속 판매율 1위 및 재구매율 1위를 달성했다.

앞서 제주 감귤에 풍부한 기능성 플라보오이드 성분은 미국화장품협회(CTFA)의 원료로 등재된 바 있다.

또한 감귤과 과산화수소가 혼합되면 세척, 악취 제거 효과를 발휘해 이를 이용한 비누와 주방, 세탁세제 제품들이 등장했다.

감귤의 오일성분이 지닌 강력한 살균 및 살충효과와 상큼한 향의 이중효과는 가정용 살충제로 시판되고 있으며, 감귤 가공 후 발생하는 연간 6만t의 감귤껍질은 가축 및 어류용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감귤 껍질을 펠릿 형태로 제조한 감귤 숯은 열량함량이 높아 효용성이 높고, 연소 시 유독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감귤을 가공해 얻어지는 감귤 부산물로 인체 친화적인 천연바이오 셀룰로오스 생산이 가능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화학 소재를 대신한 셀룰로오스는 화장품 기초 소재, 상처 치유용 인공 피부 원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감귤 바이오 겔은 품질이 좋아 피부에 잘 흡착돼 마스크 팩이나 인공피부로서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감귤을 바른다’는 발상 전환으로 감귤 화장품도 출시됐다. 감귤의 천연 살균효과는 여드름, 아토피성 피부염, 습진 등에 탁월한 연구 결과과 나왔다.

제주테크노파크는 로션·크림·에센스 등 5종 세트로 구성된 감귤 화장품 ‘올레’를 시판하고 있다.

현재욱 연구관은 “도내에서도 감귤을 산업소재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으며, 현재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과 홍보, 예산 지원 등 개발된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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